[강릉기행] 호변 따라 하이킹…짙은 녹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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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해 붉은 정자에 밝게 비치고
맑은 물결 푸른 연못에 머문다네.
실버들 우거져 꾀꼬리 소리
꽃잎이 지니 제비새끼들 지지배배
오솔길 이슬 젖어 꽃신 물들고
드리운 머리채 옥비녀 곱구려
은병풍 두른 속 비단요 따스하니
봄 볕에 임 만나러 강남가는 꿈꾸리.'
강릉 경포대의 초당마을에 남아 있는 허난설헌의 가슴 포근한 글이다.
허난설헌은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누이.당대 최고의 여류문인이었던 그녀가 태어난 곳은 풍광 아름다운 경포대 초당마을이다.
예로부터 경포는 그 아름다운 경치로 인해 풍류객들이 모여들던 곳이다.
갈대와 철새가 어우러진 지금의 경포호의 모습도 나무랄데 없지만 옛날 경포호는 둘레가 50리에 달하는 대형 호수였다.
그래서 이곳은 관동 최고의 명승지로 꼽혔다.
경포호변에는 선인들의 풍류가 담긴 유적들이 줄지어 남아 있다.
시내버스를 타고 경포호를 돌다보면 오죽헌∼선교장∼해운정∼경포대∼방해정 등 옛 건축물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정철이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았다는 경포대는 고려 충숙왕 때인 1326년 처음 지어져 1508년 현재 위치로 이전됐다.
경포대에 달빛이 쏟아지면 하늘,바다,호수,술잔 그리고 님의 눈동자에 다섯개의 달이 동시에 뜬다 하여 동해안 최고의 달맞이 장소로도 꼽힌다.
선교장은 전형적인 조선후기 양반가 저택.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인 열화당,동별당,서별당,정자인 활래정 등 옛 양반가 주택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 집은 경포호가 좁아지기 전에는 배를 타고 드나들었기 때문에 배다리(船橋)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조선 상류 주택의 별당인 해운정은 정면 3칸,측면 2칸의 그리 크지 않은 별당 건물이다.
그러나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현판에는 송시열선생의 필체가 남아 있고 율곡 이이를 비롯한 여러 명사들의 시문판도 보존돼 있다.
이밖에 방해정은 신라시대 인원사 터에 선교장의 주인이었던 산석거사가 별당을 짓고 만년을 보낸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사임당과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보물 1백65호)은 공원으로 재단장 돼 있다.
강릉의 대표적 먹거리는 초당두부.해저 2백m에서 끌어올린 바닷물을 이용해 만드는 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동치미 국물에 막국수를 말아먹는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033-642-3935)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무가 단단한 가을에 담근 동치미 국물에 설탕,식초,겨자,삶은 계란 노른자 등을 풀어 말아 먹는다.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미각을 돋운다.
강릉=글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