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이 즐겨찾던 칼국수집은 장안에 여러 곳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이 된 뒤 청와대로 불러 직접 칼국수를 만들게 한 "원조"는 "소호정(笑豪亭)"이란 곳이다. 첫 국무회의가 열렸던 날 청와대는 칼국수와 수육 등을 준비줄 것을 소호정에 요청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YS가 서민적인 음식을 좋아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수육은 내지 않았고 칼국수만 냈다고 한다. 소호정은 약 3개월가량 청와대에 칼국수 비법을 전수해주고 나왔지만 YS는 제 맛이 안난다며 이후에도 소호정을 자주 찾았다. 소호정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다산경제학상 수상자이며 현 학술원 회원인 임원택 박사(83)의 부인 김남숙 여사(77)가 80년대 초반에 문을 열었다. 경북 안동 태생으로 경북여고,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온 김 여사는 워낙 음식하는 걸 좋아하고 조예도 깊어 남편 몰래 식당을 시작했다. 김 여사는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많은 사람들이 먹고 맛있다고 하는 게 커다란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장남인 임동열 사장(55)이 물려받았다. 임 사장도 15년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했는데 가업을 잇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소호정의 메뉴는 수육과 전,참문어,메밀묵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안동 한우 양지머리로 만든 수육은 입에서 살살 녹아 넘어간다. 이곳의 또 하나의 별미는 깻잎무침과 부추김치일 듯싶다. 깻잎무침은 손명순 여사가 YS랑 올 때마다 싸가지고 갈 정도로 맛깔스럽다. 보통의 깻잎장아찌처럼 그냥 간장에 절인 것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갖은 양념을 해 내놓는 것으로 수육을 싸먹기도 하고 칼국수 위에 얹어 먹기도 한다. 깻잎무침을 만드는 데는 워낙 손이 많이 가는데 추가로 달라는 손님이 많아 고민할 정도다. 최근 성남 서울공항 인근에 분당 주민을 위해 2호점을 냈다. (031)721-4914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