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대신 온몸으로‥ 캔버스대신 비디오로.. 조각가 나우만 국내 첫 개인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 출신의 세계적 영상설치·조각가인 브루스 나우만(63)이 오는 9일부터 서울 화동 pkm갤러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갖는다.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 발표된 'Trust Only Me Big Studio' 등의 비디오 작품과 조각 'Untitled' 등 16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나우만의 전속 화랑인 뉴욕 '스페로네 웨스트워터' 갤러리의 협조로 이뤄졌다.
나우만은 현대 미술의 큰 주류인 '개념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마르셀 뒤샹에게 영향받은 그는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전통 미술관념을 부정하고 예술품 뒤에 숨은 작가의 심리와 사고 과정을 중시한다.
자신의 신체 자체를 표현 도구로 삼고 캔버스 대신 비디오를 통해 미(美)에 대한 전통을 뒤집어 현대 미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 백남준이 TV를 이용한 이미지를 현대 미술의 영역에 끌어들인 팝 아트(Pop Art)적 시도를 했던 데 반해 나우만의 '보디 아트(Body Art)'와 '비디오 아트(Video Art)'는 작가 개인의 개념적 사고를 언어 영역으로 끌어올린 최초의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장 1층에 설치된 'Trust Only…'는 글자가 십자로 켜졌다 꺼졌다 하는 네온조각 작품이다.
싸구려 광고처럼 보여지기도 하는 이 작품은 작가의 스튜디오와 결부돼 있지만 일단 스튜디오를 벗어나면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도록 고안됐다.
1999년 제작된 DVD작인 'Setting a Good Corner'는 말뚝 박을 구덩이를 파는 힘든 목장일을 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담았다.
구덩이 파는 작업에 몰두하는 장면은 '작가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고독한 작업이며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는 것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16mm 무성 컬러영화 네 편으로 이뤄진 'Art Make-up'은 작가가 자신의 몸을 흰색 분홍색 녹색 검은색 등 네가지 색깔의 페인트 칠로 분장한 모습을 상영한다.
네 편의 영화가 네 개의 벽에 동시에 투사되는데 나우만은 분장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심지어 정체성을 지워버리기까지 한다.
나우만은 오는 11월 런던의 대표적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에서 '터바인 홀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7월15일까지.(02)734-9467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