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훈동 학고재아트센터에서 '펜화 기행'전을 갖고 있는 김영택씨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펜화가'라는 특이한 직업으로 전향한 작가다. 김씨는 1993년 국제상표센터에서 수여하는 '디자인 대사'의 칭호를 얻을 정도로 20여년간 디자이너로 최고의 정점에 올랐다가 그 이듬해 펜화가라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고 한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했다가 캘린더 엽서 등 기념품 상점의 상품 절반 정도가 펜화인 것을 발견하고 펜화를 통해 우리 문화재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전업했습니다."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합천 영암사지,장성 백양사 범종각,거창 요수정,대전 남간정사,영주 소수서원 취한대,통도사 범종루,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등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전통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정교하게 펜화로 옮긴 48점이 출품됐다. 펜화는 대상을 그대로 옮겼다는 점에서 사진과 비교된다. 작가는 "펜화는 건축물 주변에 설치된 철책 같은 인위적 시설물들을 제거할 수 있어 대상이 주는 감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초기에는 건물 위주로 그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 자체보다는 주변과의 조화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기 위해 앞으로 펜화 5백∼6백점을 더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일까지.(02)739-4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