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긴축정책 여파 현지진출 中企 '직격탄'] 중국서 차별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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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업하기 어려워 멀리까지 왔는데 서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 중소기업 사장들과 통화하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중국이 과열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공식화한 긴축 정책의 여파가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탓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담보를 제공하고도 대출을 못받아 발을 구르고 있으며 가뜩이나 부족한 전력과 용수까지 차별 공급하겠다는 자치정부의 방침으로 곤경에 빠졌다.
◆ 전기도 중소기업 차별
중국 광저우시는 6월 초부터 관내 5천여개 기업에 통지문을 보내 "앞으로 기업들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해 전기를 차등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겉으로 보면 심각한 전력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한국 중소기업들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기업 규모에 따른 전력 공급 차별을 공식화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등급으로 분류된 1백11개 업체는 24시간 전력을 공급받고 있는 반면 C,D등급에 속한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광저우시와 가까운 둥관시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차별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시 당국이 대기업에는 별도의 케이블을 깔아 전기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매주 한 번 이상 단전조치가 취해진다.
이희상 대양전자 둥관법인장은 "삼성SDI같은 큰 회사엔 '특별전기'가 공급돼 공장이 1백% 정상가동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발전기를 구입해 자체 발전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발전기를 구하려해도 가격이 치솟은데다 제 때 구하기도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 담보 있어도 대출 불가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전력 문제만이 아니다.
긴축 정책을 공식화한지 두 달이 가까워지면서 시중은행들도 중소기업 대출 기준을 크게 강화하는 등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들은 확실한 담보가 있어도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부터 톈진시 인근에 의류공장을 짓고 있는 A사는 최근 은행에 담보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동안 한국 중소기업들이 공장 등을 담보로 어렵지 않게 돈을 빌려 왔던 터라 대출 거절은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장 건축이 40% 진행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신용 대출이 불가능한 중소기업들에는 긴축 정책의 여파가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실적이 양호한 대기업에는 2~3개 지점이 서로 대출을 해주지 못해 안달이다.
베이징한미약품유한공사 박인배 부장은 "3년간 흑자를 내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대출 신청을 하면 서로 돈을 쓰라고 한다"면서 "한국으로 얘기하면 같은 은행의 광화문지점과 종각지점이 경쟁을 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 긴축으로 공공부문 입찰도 지연
긴축 정책과 맞물려 중국 당국이 전국 자치정부의 토지사용 실태를 일제히 조사하기 시작한 것도 중소기업들에는 악재다.
이는 무분별하고 경쟁적인 개발로 인해 국유지가 헐값에 50년간 임대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초강경 조치다.
다롄시 진시탄구에 중국 파트너와 함께 에어클리너 공장을 건립한 신성필텍은 개발구 정리에 따라 '토지사용권' 등기가 지연되고 있다.
신성필텍은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인건비 때문에 중국에 수출용 공장을 건립했지만 긴축 정책이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난 케이스.
이 회사의 정상일 이사는 "7월부터 공장을 돌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가장 중요한 인ㆍ허가가 지연돼 찜찜하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발주 물량 감소로 입찰이 지연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로보트보일러 중국법인은 지난달 중순 공공부문 공사 입찰이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도시마다 오래된 건물을 다시 짓는 재건축 붐이 일고 있는 중국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정우창 부총경리는 "3억원 정도 되는 프로젝트였지만 긴축 정책에 따른 공공부문의 발주 물량 축소 조짐이 아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