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제9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에서는 눈길을 끄는 합의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남북한 항구 각각 7곳이 무역항으로 개방되는 것도 그렇고,개성공단 시범단지 건설이라든지 경의선과 동해선의 도로와 철도 연결 등의 일정들이 구체화된 것도 그렇다. 합의대로만 된다면 남북경협의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지고 보면 이번에 합의된 하나 하나의 의미가 적지 않다. 남북한은 각각 7개 항구의 개방외에도 상대방의 사전허가를 받으면 나머지 무역항도 이용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사실상 모든 무역항이 개방되는 셈이다. 그동안 남북한이 교역을 할 때 제3국 국적의 선박을 이용해야 했고 항구도 극히 제한적이었음을 생각하면 앞으로 남북경협의 속도에 따라 물동량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개성공단 합의사항도 그렇다. 용수 전력 통신 등 남아 있던 쟁점에 최종 합의함으로써 남측 기업의 입주가 가능해졌다. 이르면 9월부터 입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2000년 8월 개발에 합의한지 4년여 만에 구체적인 결실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남북경협이 진일보하면 할 수록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발을 빼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북한당국이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거나 실질적인 인식전환을 못한다면 리스크는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점을 고려해 접근해야겠지만 남북경협의 성공을 위해선 북한당국 스스로 외부의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합의 자체가 아니라 실천이다. 과거에 그랬듯이 북한당국이 정치상황을 이유로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단절하는 일이 또 되풀이되면 곤란하다. 제도적 보완책을 최종 합의문 교환 때까지 마련,북한 측의 확실한 다짐을 받을 필요가 있다. 남북경협이 제 궤도에 들어서려면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