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일조ㆍ조망권 분쟁'] (2) 왜 늘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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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ㆍ조망권 다툼이 폭발하는 근본 원인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과밀개발에 있다.
최근 들어 주택업계가 서울 도곡동 타워벨리스나 삼성동 I파크와 같은 초고층 아파트 붐을 조성해 온데다 노후아파트 재건축 사업 등도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고층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 결과 서울 시내에 새로 들어서는 건물은 뉴욕의 맨해튼을 연상케할 정도로 하늘높이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실제 건축은 첨단을 달리는 데도 불구하고 건축관련법은 시대 상황과 기술적인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허가상 전혀 문제될게 없는 데도 일조ㆍ조망권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법정에선 대부분 건축주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웰빙 시대'를 맞아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햇볕과 경관에 대한 권리의식이 높아진 데다 집값도 일조ㆍ조망 여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때문에 분쟁소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 초고층 건물의 명암 =신축 초고층 건물은 풍부한 일조량과 수려한 조망을 갖게 되지만 인근의 기존 저층주택들은 반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일조ㆍ조망권 감정 전문업체인 인텔리전트솔루션즈의 조용성 대표는 "같은 단지 안에서도 건물 위치에 따라 일조ㆍ조망권 분쟁에 휩싸이는 경우가 잦을 정도로 상황이 복잡하고 분쟁소지가 널려 있다"고 말했다.
◆ 제도적인 예방장치 무방비 =전문가들은 일조ㆍ조망권에 대한 주민들의 권리의식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데도 관련법 기준은 '구닥다리'이다 보니 제도적인 예방장치가 사실상 '전무'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조권과 관련된 현행 건축법은 일정한 이격(離隔)거리와 건축물 높이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을 뿐 일조량 및 시간에 대해선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법원 판례로는 '동지 기준 일일 연속 2시간 이상, 동지 기준 일일 총 4시간 이상'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 기준을 현실에 적용하면 애매한 경우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2시간 동안 햇볕이 아파트 베란다에만 비추면 되는지, 아니면 적어도 거실 안쪽까지 들어와야 하는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최소한의 기준조차 무시되고 있다는 것.
분쟁을 많이 다뤄본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이웃의 일조·조망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용적률이나 층고(層高)를 줄이는 것보다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현금으로 보상하는게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기 때문에 분쟁을 예상하면서도 '돈으로 떼우면 된다'는 생각에 그냥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일조ㆍ조망권=건강+돈(집값)' 인식 확산도 한 몫 =한강변 아파트단지의 경우 '강 조망'이 보장되는 층과 안되는 층간에 집값이 수천만원씩 차이가 나고, 초고층 건물에 의해 앞 전경이 가려지면 집값이 회복불능할 정도로 폭락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조ㆍ조망권에 대한 주민들의 집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성대부동산컨설팅의 조태성 사장은 "'건강이 제일'이라는 '웰빙'인식까지 겹치다보니 '햇볕과 경관은 절대 양보 않겠다'는 주민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