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대車 월드톱되기 위한 조건 .. 盧富鎬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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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富鎬 <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단상에서 애국가를 부를 때,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전을 펼칠 때 진한 감동을 느꼈다.
지난 1998년 박세리가 미국 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순간의 짜릿함도 잊을 수 없다.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냈던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한국인의 높은 자질을 확인하게 된다.
꼭 스포츠나 예술 분야가 아니어도 좋다.
한국 사회 구성원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함께 희망을 갖게 된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세계적 자동차 품질 조사기관인 JD파워의 초기품질조사(IQS)에서 도요타를 제친 게 바로 그런 사례다.
경쟁이 치열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얻은 쾌거이기에 더욱 뿌듯하다.
이를 두고 자동차 전문미디어인 오토모티브뉴스가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기사를 실을 정도로 품질에서 거둔 현대차의 성과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미국 국책 사업인 연료 전지 자동차 시범사업의 시행자로 선정돼 미래 자동차 기술분야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기업이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국책사업을 추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지 40년이 채 안되는 현대차가 이제 선진 자동차사와 어깨를 견주며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기쁨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대차가 보여준 최근 성과가 꼭 밝은 미래를 약속한다고 볼 수 없다.
경쟁이 치열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기업의 부침은 스포츠 세계 이상으로 심하다.
현대차에 기술을 전수했던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반대로 일본 닛산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현대차와 함께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면 현대차가 글로벌기업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는 데는 넘어야 할 크고 작은 산이 적지 않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한다.
현대차의 브랜드는 세계 유수의 경쟁업체에 비해 약한 편이다.
비즈니스위크가 작년에 발표한 '세계 1백대 브랜드'에는 일본 도요타,혼다는 들어있는데 현대차는 빠져 있다.
품질만 개선된다고 바로 브랜드의 인지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등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전 세계에 현대차의 강한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
경직된 노사관계도 현대차의 행보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여론 일각에서는 작년 파업 때 현대차 경영진이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귀족 노조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데도 이런 저런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선 현대차 노사는 미래 기업경쟁력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노조가 '순이익 5%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주장하며 갈등의 싹을 키울 이유가 없다.
순이익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주주와 경영진이 결정해야 한다.
노조의 주장대로 근로자 고용과 숙련향상 목적이라면 굳이 기금을 조성하지 않고도 대화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숙련향상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런 만큼 경영진이 무관심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은 경쟁력 있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함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종업원들에게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는 데 있다.
현대차 노조가 과격하고 투쟁적인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현대차가 세계 무대에서 커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노조가 임금 및 복지 투쟁에 머무르지 말고 보다 많은 교육과 훈련을 요구하고 어떻게 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세계적으로 노사관계가 협력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독 우리만이 대립적 노사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도요타에서 근로자들이 많은 흑자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느끼는 경쟁압력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사 모두가 기업경쟁력을 화두로 접근함으로써 노사상생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