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에너지 위기를 다시 경고한다..李榮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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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榮善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경제학 >
온 인류가 19세기를 맞으며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우울한 경제학자 맬서스(Malthus)는 식량부족이라는 세계적 재난을 예언했다.
식량은 기껏해야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는 곧 엄청난 식량난에 봉착하게 되리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다행히 그의 예언은 빗나갔다.
분명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9세기 초 10억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지금은 60억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오늘날의 식량생산은 그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
맬서스는 인류가 녹색혁명을 이뤄내리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70년대 초에 시작된 석유위기는 많은 에너지 경제학자들로 하여금 맬서스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했다.
10년도 채 안된 사이에 원유가가 20배 정도 뛰었으니 그 당시 온 인류는 가히 에너지 부족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고 할 것이다.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급속히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비해 지하에 매장돼 있는 원유량은 고정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경제학자들의 에너지 위기에 대한 예언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 때부터 30년 후에는 석유자원의 고갈로 인류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게 그들의 예언이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볼 때 그들의 예언도 빗나갔다.
흥미로운 점은 30년동안 우리가 석유를 그토록 사용하고도 아직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석유 매장량은 30년 전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매장량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다.
에너지 경제학자들의 예언의 오류는 그들이 경제학자이면서도 가격기구의 작동을 믿지 않았던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자 에너지의 사용이 크게 효율화됐다.
미국은 지난 30년 동안 GNP 한 단위의 생산을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의 양을 절반으로 줄여 왔다.
또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석유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가격이 오르자 경제성이 없어 방치돼 있던 바다 속 원유 매장량조차 채굴되게 됐다.
최근 원유가격이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서면서 에너지 자원 고갈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물론 중동의 정세변화가 원유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나, 엄밀히 따져 볼 때 지금의 원유가는 다른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코 더 많이 오른 것이 아니다.
다른 물가와 같은 정도로 원유가가 상승해 왔다면 벌써 오래전에 40달러를 초과했을 것이다.
경제이론은 석유가격이 상대적으로 다른 물가보다 실질이자율 만큼 더 높이 상승할 것을 말해 준다.
매장돼 있는 석유를 오늘 채굴해 현금화할 것인가,아니면 내일 현금화할 것인가는 이자율과 석유가의 예상상승률에 달려 있다.만일 유가가 이자율보다 더 높이 오를 것이 예상된다면 오늘 채굴해 현금화하는 것보다는 내일 채굴해 현금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반대의 경우에는 오늘 채굴해 현금화하고 이를 통해 이자소득을 취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결국 평균적으로는 유가가 명목이자율 정도 올라가는 선에서 균형을 이룰 것이고, 따라서 명목이자율에서 일반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이자율 만큼 원유가가 다른 물가보다 빠르게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또한 식량에 대한 맬서스의 예측이 빗나간 것과는 달리 에너지 경제학자들의 경고가 30년보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다시 유효함을 말해준다.
결국 고갈될 수밖에 없는 것이 석유자원이므로 석유가는 더 빨리 오를 수밖에 없고, 우리는 이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에너지자원을 절약해서 써야한다.
개도국의 GNP 한 단위당 소요 에너지량이 선진국의 두 배 이상이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너지 가격이 상승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단기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도 에너지 가격은 다른 물가에 비해 어느 정도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녹색혁명과 같은 새로운 기술혁신을 통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제 정부는 단기적 정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 미래의 에너지 재난에 대비해야만 할 것이다.
ys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