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가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가보면 아시아를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를 귀가 닳도록 듣는다.세계경제에 태풍의 눈으로 작용하고 있는 중국이 단연 최대의 관심을 끈다.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얼마전 맨해튼의 외교협회가 주최한 '세계 경제 업데이트'란 제목의 간담회에서도 중국 경제가 최대 이슈였다.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등 내로라 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중국경제의 연착륙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현명한 중국 지도부의 노련한 정책으로 연착륙이 성공할 것이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중국 못지않게 일본의 급속한 경기회복도 중요한 테마다. 일본 경제가 지난 1·4분기 연율로 5.6% 성장했다는 통계가 나오자 월가는 깜짝 놀랐다. 베어 스턴스의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맬파스는 일본의 올해 성장률이 3.4%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회생은 미국을 찾는 중국과 일본의 경제 관료들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뉴욕에 온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구자형 박사는 아시아 경제를 연구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경제관료나 연구원을 자주 만난다고 했다. 최근 그들의 어깨가 펴지고 당당해졌단다. 얼마전 월 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칼럼 제목은 '아시아의 호랑이들이 근육이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였다. 중국과 인도의 시장원리에 바탕을 둔 경제성장,일본의 10년 불황 탈출,일본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의 중국 의존도 심화 등으로 옛날의 아시아가 아니라는 요지였다. 그러면서 비공식인 아시아 경제연합이 생기면 유럽과 규모가 같은 11조달러의 경제공동체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런 논의나 관심권에서 한국이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아시아 경제의 지도를 바꾸는 주체가 되거나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IT(정보기술)나 자동차 수출외에 한국 경제는 짙은 먹구름에 덮여 있다. 경제규모나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면에서 중국과 일본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작은 호랑이로서의 면모는 갖춰야 하는데 '몰려오는 아시아'에서 한국은 잘 보이지 않는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