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에 스티븐 로치가 있다면,한국엔 스티브 마빈이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표적 비관론자인 그가 최근 들어 침묵하고 있다. 도이치증권 리서치센터장인 마빈은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경고해 주목받았고 이후에도 경기침체에 대한 분석 등이 적중하면서 최고 '스타 애널리스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증시에 대한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자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 외국계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마빈의 보고서는 업계에서 관심 대상 1순위였는데 어느 시점부터 열람이 뜸해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증권업계는 한국시장을 잘 아는 외국전문가가 많아졌다는 점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외환위기 당시 해외 투자자들은 항상 마빈의 보고서에 주목했지만,이제는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선 훤하다는 것이다. 그가 갖고 있는 정보의 독점성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위기 전후 마빈은 정보의 독점성과 분석의 깊이 면에서 해외투자자에겐 독보적 존재였지만 요즘은 해외에서 한국을 더 잘 알아 '스타' 프리미엄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비관론자'로 굳어진 그의 이미지가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투자자들은 아시아시장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어 그의 비관론이 점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