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 현상은 인력의 국제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미국 내 정책분야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 제임스 톰슨 회장은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톰슨 회장은 "미국 내에서도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늘 문제가 돼 왔다"며 "그러나 미국은 이공계 인력을 세계 각국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런 사회 현상이 국가나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고등학생들도 이공계 학과보다는 법대나 의대진학을 더 선호하지만 그로 인한 공백을 외국의 우수 인재들이 채워 미국 기업들이 인력수급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설명이다. 톰슨 회장은 "나도 핵물리 학자라서 이공계 기피현상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도 이공계 인력이 부족하다면 국내 인력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주변 국가의 우수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공계 인력이 모자라면 엔지니어나 과학기술자에 대한 임금이 올라가게 되고 이에 따라 이공계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도 다시 늘어나게 마련"이라며 "(정부가 대책을 세우기 전에)현재 한국 내 이공계 임금이 어느 국면에 와 있는지를 시장원리에 비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문제와 관련,톰슨 회장은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미군이 주둔한 모든 나라의 병력을 재배치하는 중"이라며 "(미국의 세계안보 전략이라는)큰 틀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대전에서 병력 규모의 중요도가 낮아진 것도 인력감축의 배경으로 언급됐다. 그는 "미국 내 병력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는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랜드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7일 내한한 톰슨 회장은 지난 72년 미 퍼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핵물리학자 출신이다. 페퍼다인대학 등에서 연구활동을 했으며 지난 89년부터 15년 동안 랜드연구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랜드연구소는 미 연방정부로부터 예산의 90%가량을 지원받는 공익기관으로 한 해 예산규모만 2억달러(약 2천4백억원가량)에 달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두뇌집단이다. 현재 연구인력은 1천6백여명이다. 글=안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