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득분배 환란이후 악화 ‥ KDI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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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득불평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세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열 가구 중 한 가구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절대빈곤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취약계층 보호정책의 방향과 과제'란 보고서에서 "외환위기를 전후해 고령화로 인한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학력(직종)별 임금격차가 확대됐으며, 실직자 증가 등으로 빈곤층이 급격히 늘고 소득분배도 악화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나 정부의 복지정책은 사회보장지출 확대를 통한 소득불평등 개선(상대적 빈곤해소)보다 '양질(良質)의 일자리'를 창출, 절대적 빈곤해소에 초점을 맞추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소득격차 OECD 3위
1996년 0.298이던 지니계수가 2000년에는 0.358로 급등하는 등 소득계층간 격차가 외환위기를 전후해 급격히 상승했다.
이같은 소득불평등도는 비슷한 시기의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할 때 멕시코(98년 0.494) 미국(2000년 0.36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니계수란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뜻한다.
소득이 중위소득(중간계층의 소득)의 40%에 못미치는 상대적 빈곤층의 비율(가처분소득 기준)도 96년 전체 가구의 7.65%에서 2000년 11.53%로 급등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본 빈곤층 탈출 가능성은 60% 이상이지만 빈곤층을 탈출한 가구 대부분이 차상위 빈곤층으로 진입, 차상위를 넘어 실질적으로 빈곤을 탈출하는 비율은 전체 빈곤층의 6%에 불과했다.
전체 빈곤층 가구에 속하는 3백99만명(2000년 기준)중 3백75만명이 가난을 대물림한다는 얘기다.
이같이 '빈곤의 함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늘면서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 고령화ㆍ실업증가가 주 원인
이처럼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빈곤층이 늘어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90년대 초반 이후 개방화 및 기술진보에 따른 학력(직종)별 임금격차 확대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정부 재정정책(조세와 이전지출)에 의한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는 여타 OECD 회원국들에 비해 미약한 실정이다.
공적이전제도 가운데 가장 큰 소득재분배 효과를 발휘하는 국민연금제도에서 아직 연금수급권자가 발생하지 않은 데다, 자영업자들의 소득파악률이 낮아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는 점 등이 요인으로 꼽혔다.
◆ 일자리 창출이 근본 해법
정부의 사회보장지출(이전지출) 확대가 소득불균형을 해결할 최선의 대책이 아닐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08년 이후 국민연금이 본격 지급될 예정이고,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ㆍ건강보험ㆍ고용보험 등의 급여범위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는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기업들의 투자의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이보다 '양질(良質)의 일자리'를 늘리는게 소득불평등 및 빈곤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보고서는 권고했다.
유경준 KDI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복지정책의 방향은 단기적인 소득불평등 개선보다 절대적 빈곤 해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시장 메커니즘 활성화를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게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