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경제에나 구멍은 다 있게 마련이다. 내수 업종에서 구멍이 좀 더 커 보이는 것일 뿐,한국 경제는 침몰 위기의 난파선이 아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논란이 되고 있는 '총체적 경제위기론'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상업회의소(ICC) 총회에 참석한 박 회장은 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수가 죽는다고 해서 총체적 위기라고 할 수는 없다"며 "사실 '춥다,춥다'하면 더 추워지는 것처럼 '경제가 나쁘다' '위기다'라고 하면 경제도 더 나빠지게 마련이다. 패배의식에 젖어 해결책이 안 나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사문제,기업경쟁력,제조업 공동화란 구멍들이 생겨 배에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빨리 막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 경제가 지금 침몰위기의 난파선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외환보유액 걱정 안 하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것인가. 수출증가율이 전년 대비 40% 넘은 것이 또 얼마 만인가. 반도체가 지금 무슨 위기인가"라고 반문했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릴 정도로 정부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해오던 박 회장의 이 같은 경제현실 인식은 "우리 경제는 일류 대기업과 수출이 잘나감으로써 착시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를 비난하던 것과 대조적이어서 주목된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내가 언제 쓴소리 한 적 있나. 용어 선택시 간간이 주의가 부족할 수도 있는데 이를 기자들이 터뜨린 것 뿐"이라며 "상공회의소가 야당인가 정치단체인가. 정부하고 같은 배 타고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는 박 회장의 이런 주장이 노무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신사쿠라론'(박 회장은 DJ정부 시절 경제단체는 정부와 재계 사이에서 '사쿠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또다른 뜻(?)을 갖고 있어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자제하고 있다는 일부 해석도 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