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고 기업들의 투자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최근의 경제 상황이 '위기인가 아닌가'를 놓고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치열하다. 정부에서는 '과장된 위기론이 실제 위기를 불러온다'며 위기론자들을 거듭 공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나친 위기론이 경제 전반의 위기를 증폭시켰던 사례로 1989년과 2000년의 상황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때는 물론 미증유의 외환위기를 몰고왔던 1997년의 경제상황은 내수 투자 노사 등 전반적 부문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했던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89년의 경우는 '3저호황'이 막을 내리면서 수출호조로 승승장구했던 국내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진 터에 노사분규 등 사회 불안까지 겹치면서 '제조업 위기론'이 급격히 대두됐다. 그 여파로 내수마저 얼어붙고 주가가 급락했지만,정부는 원인 처방보다는 건설경기 및 주가 부양 등 인기 위주의 단기 대책에 치중해 위기를 증폭시켰다. 97년에는 누적된 무역적자와 기업들의 과잉투자로 부도가 잇따르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조짐을 보였지만,이때도 정부는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며 근본대책을 미뤘다. 2000년에도 미국발 IT(정보기술)거품 붕괴와 벤처기업 육성정책 실패에 따른 경기 후퇴상황을 부동산 띄우기와 가계 신용확대 등 엉뚱한 대책으로 잘못 대처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