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ㆍ조망권 분쟁에 대한 법원 판결은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었느냐'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수준'에 대한 일반의 인식 자체가 크게 바뀌었는데도 법원의 잣대는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분석이다. 집 주번에 공사만 시작되면 '일단 소송부터 하고 보자'는 얄팍한 주민들이 많긴 하지만 법원 판결도 시대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판사에 따라 다르지만 웬만하면 '참을 만한 수준'이라는 판결이 많기 때문에 변호사선임료와 피해감정 비용을 들이고서도 실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망권' 기준 현실과 괴리 =법원은 조망권을 일조권의 부속개념 정도로만 인정할 뿐 독자가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서울의 한강 조망권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지난 2002년 6월 서울 동부간선도로 주변의 모 아파트 주민들은 '동부간선도로 연결 고가교량 때문에 잘 보이던 한강이 안보이고, 소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조망 자체가 거주자에게 주관적으로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사회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법적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일조권 침해가 동시에 발생하지 않는 조망권 침해를 별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게 법원의 시각이다. 배상액도 '천차만별' =일조ㆍ조망권 피해 배상액은 대개 집값의 10% 미만이지만 그 산정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배상액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값하락분 반영률이 50~1백%까지 제각각이다. 위자료 산정액기준도 법원마다 계산공식이 다르다. 배상액에 아예 조망권침해 부분이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일부승소를 이끌어낸 구로구 신도림동 W아파트 주민들은 애초 가구당 1백46만~3백69만원씩의 조망권 침해배상액을 청구했지만 조망권 피해는 단 1원도 인정받지 못했다. 게다가 변호사비, 감정비용 등 건당 최소 2천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소송비용과 '노력'치고는 '승리'의 대가는 초라하다는게 소송 당사자들의 생각이다. 강남구 도곡동의 주공아파트와 일조ㆍ조망권 협상을 벌인 진달래아파트의 한 주민은 "1백8억여원이라는 수치 때문에 거액처럼 알려졌을 뿐, 가구당 나누면 3천만원이 안되는 수준"이라며 "수년간 지속된 소송과 집회, 집값 하락분 등을 감안하면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치"라고 말했다. "시대추세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전문가들은 최소한 피해자측에서 체감하는 피해의 정도와 시장의 반응으로 증명되는 시가하락분에 대해서라도 좀더 적극적인 고려가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이해다툼이 첨예한 사건이 대부분이고 액수가 크다 보니, 양쪽에 책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식이 작용하게 된다"며 "아직도 10여년 전의 계산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일조ㆍ조망권 소송을 많이 다뤄온 한 변호사는 "판사들의 보수성 때문에 '적극적' 마인드를 가진 재판부를 찾으려고 애를 쓴다"고 털어놨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