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예상보다 훨씬 높습니다. 한국은 이같은 차이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하며 현재의 내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선 통화 정책보다는 감세 등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합니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고 있는 제35차 국제상업회의소(ICC) 총회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 손성원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 부행장이 9일(한국시간) 대한상의 출입기자단과 인터뷰를 갖고 세계 경제 전망 및 한국의 대처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새 투자처를 찾아서 자금을 한국에서 빼내 중국ㆍ인도 시장으로 돌리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을 당부했다. -향후 중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중국은 시장경제가 아니다. 금융의 수요ㆍ공급을 중앙 정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또 지방 정부를 중앙 정부가 통제하는데 한계가 많다. 마지막으로 경제성장률 등 공식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지하철을 건설 중인 중국 도시는 86곳이나 된다. 올림픽 특수가 끝나면 버블 붕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연착륙은 생각만큼 쉬운게 아니다. 경험이 풍부한 미국도 역사적으로 연착륙에 성공한 경우가 지난 95년, 올해 등 두 번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은 어떻게 보나. "미국 월가에서는 6월말이 대세지만 7월 중순으로 본다. 7월10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상원 증언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 국회 증언 뒤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린스펀 의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94년 연 3%였던 금리를 95년 2월 6%로 올렸다가 미국 경기가 급속히 후퇴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오는 22일 그린스펀과의 만남에서도 금리 인상은 가능한 빨리 시작하되 완만하게 올리라고 충고할 계획이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한국 금융 시장이 흔들렸는데. "과거 미국 경험을 보면 금리 인상 발표로 주가가 잠시 떨어지더라도 곧바로 회복했다. 오히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은 금융 시장에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순익 등 기업 실적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내수 침체 지속, 차이나 쇼크 등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모르겠지만 단지 미국 금리 인상 때문에 빠져 나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 펀드 매니저인 워런 버핏도 중국 차이나페트롤리엄을 사서 재미를 많이 봤다. 국제 금융가에서 한국보다 중국ㆍ인도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실제로 자금이 이동하는 조짐도 감지된다." -미ㆍ일ㆍ유럽과 달리 한국만 내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신용카드 문제에다 강성 노조 탓이 크다. 해고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고용을 망설이고, 결국 구매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한국 정부는 올해 5% 성장을 자신하지만 금리 상승이나 내수 침체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 정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통화 정책보다는 감세 등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또 자금난 때문에 투자를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의 중소기업 신용 보증,지원자금 확대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 내에서는 경제 위기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출이 둔화될 경우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수출 둔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강성 노조, 불투명한 재벌의 지배구조, 부패 정치 등 세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 기초가 튼튼하고 성장 잠재력도 최고 수준이다. 단기간에 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유가 폭등 가능성은. "이라크전 등 외부 요인을 뺀 채 단순 수요ㆍ공급 측면만 볼 경우 적정 유가는 배럴당 25∼30달러 정도다. 유류 소비가 많은 7월 휴가철이 끝나고, 나이지리아ㆍ카자흐스탄ㆍ남미 등의 유전 개발,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중국 정부의 경기속도 조절 등이 본격화하면 유가는 오는 8월 이후부터 30달러 정도로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이라크전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경우 1백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