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이 총리후보로 지명되면서 이달말∼7월초로 예상되는 개각의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점은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 정동채 의원에게 각각 통일ㆍ보건복지ㆍ문화관광부 장관을 맡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때 구상'이 변할까 하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체로 "총리 후보가 바뀌었지만 개각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 변화된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9일 "최근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개각 폭과 시기를 밝힌 것이 '김혁규 총리'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다"며 기존 방침이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아직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은 "개각 폭은 변하지 않고 웬만하면 그냥 갈 것"이라며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는 예정대로 동시 입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과 김 전 원내대표가 나란히 '이해찬 내각'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총리가 김혁규 중앙상임위원에서 이해찬 의원으로 바뀐 상황을 '차기 대권주자'로 자부하는 이들 두 사람이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이 총리지명자보다 5살 더 많고, 정치적으로도 선배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장만 입각하거나 신경전 끝에 두 사람 모두 입각하지 않는 상황까지 점치고 있다. 이 점을 예상한듯 노심(盧心)에 빠른 문 의원은 "그들의 입각은 대권수업 차원에서 추진된 것인 만큼 입각을 안하면 바보가 된다"고 입각을 압박했다. 이 총리지명자는 이 문제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그는 "청문회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하지 않는게 좋다"며 개각 폭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개각에 대해 "한달 후의 상황이니 너무 앞서가지 말자"며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영ㆍ김근태 장관'이 차질을 빚으면 개각 폭은 커질 수 있다. 더구나 총리가 바뀌면서 장관급인 한덕수 국무조정실장도 개각의 변수로 떠올랐고,최근 병원치료를 받은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의 거취도 개각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허원순ㆍ이재창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