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의 신행정수도로 옮길 국가기관 85곳이 잠정 결정되고 신행정수도 후보지군이 15일 확정되는 등 수도이전을 위한 작업이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정부기관뿐 아니라 입법·사법기관까지 이전시킨다는 계획이고 보면 사실상 천도(遷都)와 다름없다. 국가대사를 충분한 검토없이,국민들의 합의절차도 거치지 않은채 졸속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우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수도가 갖는 의미는 실로 막중하다. 정치ㆍ경제의 중심이자 정보와 자본이 집중되고 고급두뇌와 인력이 집적된 곳이다. 국방의 핵심이며 사회·문화적 통합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수도이전을 단순히 지방균형발전 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영의 천년대계를 고려해 결정해야할 이유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수도이전 계획은 논리적·절차적으로 정당성이 부족하다. 지방균형발전이란 명분외에 왜 옮겨야 하는지,옮겨서 얻을 수 있는 경제·사회·문화·외교·안보적 이득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 통일 이후를 대비한다면서 충청권으로 옮기는 이유도 대다수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수도이전 비용이 대선과정에서는 8조원이었다가 지금은 2030년까지 45조6천억원으로 늘어나고,또 앞으로 얼마나 부풀려질지 알수 없는 상황인데 그로 인해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막대한 혈세를 퍼붓고도 수도권에서 50만명정도가 빠져나간다는데 이 정도로 수도권과밀이 해소될리 없다. 수도이전이 대선공약이라지만 공약내용은 '수도이전'이 아닌 '신행정수도 건설'이었고,대선이 수도를 옮기는 찬반투표는 더욱 아니었다. 지방균형발전의 중요성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수도이전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수도를 왜 옮겨야 하는지,옮겨서 무엇이 좋아지는지,국가경쟁력 제고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보고,그래서 타당성이 있다면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