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기초개념인 '수요·공급의 법칙'만 잘 이해하면 대부분의 경제현상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가능하다. 그래서 앵무새도 10분만 수요 공급을 따라하게 하면 훌륭한 경제학자가 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러고 보면 경제는 어쩌면 퍽 쉬운 분야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연세대학교에서 한 강연이나 17대 국회 개원식에서 한 연설 등에서 경제위기론을 강하게 부정하고 비판하면서 금년도에는 5% 수준, 내년 이후 임기 동안 매년 6% 수준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폈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한국 경제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강한 자신감의 피력이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경제의 세계에 있어서,또 대통령의 이런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정부보다 더 중요한 또 다른 경제 주체인 기업들과 소비자들로부터 우리 경제의 장래를 낙관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와 생산 활동을 하거나 묶어 놨던 주머니를 풀어 소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생각과 대통령이 지도하는 정부의 생각 사이에 큰 괴리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 괴리를 인정하고 이의 배경에 있는 위기의 구조적 본질을 이해해야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앞의 강연과 연설에서 단기적으로 경제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경기부양 목적의 정책 수단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점도 천명했다. 과거 정부에 있었던 경기부양 노력이 가져 온 문제점들도 낱낱이 지적했다. 매우 옳은 문제 인식이라고 본다. 필자도 수차례 본란을 통해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조성되는 위기론을 경계하고 과거의 경기부양책이 우리 경제에 가져 온 구조적 왜곡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제위기론에 대한 부정이나 비판이 우리 경제의 위기구조의 본질적 측면까지 과소평가하거나 부정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경제의 취약한 국제경쟁력 구조,경쟁력을 보장해주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확신의 결여 및 이로 인한 경제운영 원리의 불투명성,대외 의존적 경제구조 하에서도 세계경제의 흐름에 대한 인식 부족,이 흐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국민의식과 경제운용 방향,경제와 비경제 부문간 국정운영 원리의 일관성 결여 등이 우리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구조의 본질이라고 보는데 이런 본질적 요소에는 그간 별다른 개선의 징후가 없었다.북핵 문제와 한·미 공조관계의 향방 등 비경제적이나,어쩌면 보다더 본질적인 구조적 요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구조적 요소들이 한국 경제의 장래에 대해 대내외 주체들의 신뢰 저하 내지 상실을 초래함으로써 우리경제의 위기적 상황인식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성장률의 저하는 물론 이의 바탕이 되고 있는 대내외 투자와 소비의 위축이나 국내 산업, 특히 제조업의 공동화는 이런 상황인식이 초래한 결과적 외형적 현상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의 경제문제의 근원과 배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우리사회가 맞았던 IMF 경제위기, 그리고 이의 수습과정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를 허심탄회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난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기존 경제운영의 구조적 문제점을 반성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어떤 의미에서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었다. 그러나 전 정부는 이 위기의 배경과 본질을 왜곡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인식을 주어 진정한 구조개혁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지난번 위기는 대가 없이 치른 비싼 코스트에 그쳐 버렸고 이 위기구조는 더 심화돼 왔다고 본다.국가지도력의 한계였다고 본다. 지금 우리 국가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위기구조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라고 본다. 또 경쟁력을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확신과 매우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이에 대한 일관성 있는 선택이라고 본다. 이런 국가지도력이 갖추어지기만 한다면 오히려 경제는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