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정부, 청와대간 협력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주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추경예산 편성, 총리후보 지명 등 주요 현안마다 여권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잇단 회동을 통해 당ㆍ정ㆍ청이 유기적인 채널을 갖춰가고 있다는 주장이 무색할 정도다. 이 때문에 불협화음이 단순한 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라기 보다는 당과 정부 청와대 사이의 인식차이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 현안마다 마찰음 =열린우리당이 총선공약으로 내걸고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주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청와대와 정부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1일 건설교통부와 당ㆍ정회의 후 "당이 분양원가 공개를 백지화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당 지도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적극 해명했지만 9일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특히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고위당ㆍ청회의때 천정배 원내대표가 "분양원가 공개가 당내의 대체적인 기류여서 공개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천 원내대표의 건의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던 노 대통령이 민노당과의 회동에서는 본심을 밝힌 셈이다. 심지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소신을 열린우리당이 미처 확인하지 않고 공약을 했다가 차질이 생겼다"고까지 언급했다. 분양원가 공개가 상당기간 논란거리였음에도 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의중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위당ㆍ청회의가 열렸음에도 실제 필요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이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하고 있는 추경편성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초 이달초에 추경편성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재정경제부는 중순에 접어들고 있는데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견상 이유는 경제지표를 확인한 후 판단하겠다는 것이지만 청와대가 추경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내년 시행 예정인 고위공직자 주식백지신탁 제도 역시 당에서 요청한 보완책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채 확정됐다. ◆ 소외당하는 당 지도부 =총리후보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8일 이해찬 의원이 후보로 지명되기 직전 청와대 출신의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미리 언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한채 청와대 만찬장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지도부 의견이 정부와 청와대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재창ㆍ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