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특유의 논리로 시장과 경제정책에 대한 속마음을 상당히 깊이 털어놨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언급한 '경제위기설 해악론'을 강조하면서도 시장자율성의 존중의지와 실용주의적 접근 태도를 다른 때보다 더 많이 드러냈다. 무엇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불가에 대한 부연설명에 시장경제의 기본 인식이 함축적으로 녹아있다. "장사를 하면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 결국 벌고 못버는 것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며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 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시장경제의 가장 밑바닥인 자유경쟁의 기본 원칙을 지적했다는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부유세 문제에서도 같은 생각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부유세를 도입하려다 저항에 부딪치면 진짜로 해야 할 개혁까지 못한다"는 논리를 폈다. 부유세가 빈부격차 완화의 주요 수단으로 제기됐지만 노 대통령은 현실성이 없다고 반대했다. 명분보다 실용주의적 입장을 재차 취한 셈이다. 성장ㆍ분배의 논란에서도 노 대통령은 "분배를 고치려면 시장친화적 정책을 써야지,법적 규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세율을 올려 성공하는 사례를 본적이 없고 사업예산을 줄이는 것도 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활성화가 되면 세금은 더 걷힌다. 그것을 통해 분배를 이뤄 나가야지, 법 한두개로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선(先)성장론 대안까지 제시했다. 다만 "건설경기가 돈으로 따져 1조원가량 가라앉으면 2만명의 실업이 예상되지만, 2만명을 구하자고 부동산투기를 용납할 수는 없다"며 특정한 정책목표에 대해서는 단호함도 보였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