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9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과 관련, 논란이 분분하다. 당장 당·정 간의 정책 혼선과 여당의 공약뒤집기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원가공개 철회방침을 밝혔다가 홍역을 치른 뒤 다시 '공개'쪽으로 선회하고 있던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매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우선 참여정부 들어 계속되어온 주요 정책의 혼란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대통령의 소신을 미처 확인하지 않고 공약했다가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여당이 총선공약을 내걸면서 대통령의 소신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도,또 대통령이 여당의 정책공약을 저녁 식사자리에서 가볍게 바꾸는 것도 모두 정상적인 결정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얘기한 방향은 분명히 옳다. 노 대통령은 반대이유를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는 그동안 본란에서 누차 "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위배된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그동안 여당의 주요 선거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까지 반대한 것도 바로 시장원리를 존중한다는 논리에서였다. 만약 분양원가를 공개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분양가를 규제하겠다는 뜻으로 주택시장에 혼란을 가져올게 불을 보듯 뻔하다. 기존 주택값과 분양가의 이중가격구조가 형성되어 아파트 청약시장이 다시 투기장화 되고,건설회사들은 수지가 맞지않는 아파트공급을 줄이게돼 수급상황의 악화로 주택값은 다시 오를 수밖에 없게 된다. 가격 규제로 아파트의 품질 차별화가 이뤄지지 못해 저품질 주택들이 쏟아질 가능성도 크다. 결국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문제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이제 분양원가 공개여부가 더이상 논란의 대상이 되어선 곤란하다. 주택가격 안정과는 아무 관련없는 사안을 놓고 왈가왈부하기보다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현실적으로 어떤 정책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가 이른바 '개혁'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정치권도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정책의 효과와 타당성을 따져 공약에 문제가 있었다면 당당히 철회하는 것도 국민신뢰회복의 지름길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