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5:06
수정2006.04.02 05:09
우리 생활 주변에서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군사문화가 거론되곤 한다.
군대용어가 일상생활에서 다반사로 쓰이는가 하면 회식이나 체육대회 등에서도 군사문화의 잔재가 남아 전투적이고 획일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서다.
이는 과거 오랜 기간의 군사독재와 반공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부산물이라는 데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무엇보다 교육현장의 군사문화는 큰 문제로 지적돼 왔는데 서울시교육청이 앞장서 이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소위 '구령없이 인사하기''구령없는 학교 만들기'가 그것이다.
수십년 동안 초·중·고등학교에서 관행으로 굳어져 왔던 수업시간과 집단 조회시간의 '차렷''경례'는 권위주의적이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배우는 데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신 학생과 선생님 간에는 '좋은 아침입니다''반갑습니다' 등의 자연스런 인사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듣기에 앞서 '앞으로 나란히''좌우로 정렬'하는 용어도 학교담 밖으로 추방될 게 분명하다.
획일적인 문화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대학생활에서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군사문화를 문제삼으면서도 그들 스스로는 구령문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관제 교육의 때를 대학입학과 함께 토해내라"면서 선배가 후배에게 강제로 '사발주'를 강요하는 것 등이 바로 전형적인 군사문화의 잔재인 것이다.
'내'가 아닌 '전체'를 우선시 하고 통제를 기본으로 하는 군사문화가 학교 내에서 사라져 간다면 학생들은 자율적인 민주주의를 배울 것이고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익힐 것이다.
교육청의 이번 캠페인은 학교 벽이나 교실에 내걸린 교훈과 표어들도 변화시킬 것 같다.
'꿈''희망''성실' 등의 획일적인 단어에서 탈피해 신선한 단어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물림해 왔던 학교에서의 군사문화가 구령과 함께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은 다행이다.
군사문화를 대체하는 이 문화공간이 개인의 개성과 소질을 실현시키는 장으로 메워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