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위나라를 건국한 문후(文候)는 사람을 쓸 때 완전무결한 인재를 찾지 않았다. 1촌(寸)의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1척(尺)의 단점이 뒤따른다는 지론 때문이었다. 그가 악양(樂羊)을 대장군으로 추천받아 중산(中山)을 정복하게 했을 때는 기원전 408년이었다. '당시 중산에는 악양의 아들 악서가 살고 있었기 때문에 문후의 신하들은 악양을 믿지 않았다. 과연 악양은 석 달 동안이나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5만명의 군사가 밀물같이 쳐들어갔을 때 입게 되는 백성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에서였다. 그러나 이런 계산을 알 리 없는 조정 대신들은 악양이 반란을 획책하고 있다며 상소문을 올리기 바빴다. 한편 중산의 왕은 악서를 이용해 시간을 벌어보려 했으나 그가 자결해 버리는 통에 수포로 돌아갔다. 마지막 수단으로 죽은 악서의 머리와 삶은 살점을 악양에게 보내 사기 저하를 유도했다. 그러나 무도한 왕을 섬겼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자식의 살점을 먹어치우는 악양의 기세에 질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고 말았다. 그 후 위나라로 돌아온 악양은 문후로부터 꼭꼭 닫힌 상자 두 개를 하사받았는데 집에 와 열어보니 그간 대신들이 올린 상소문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의심이 가는 사람은 부리지 않되 부리기로 했으면 의심하지 않는다는 용인술(用人術)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너는 내 사람이다'(화문연 엮음,장연 외 옮김,한국경제신문사)는 한시대를 풍미한 중국 영웅호걸들의 인재 활용술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큰 인재를 크게,작은 인재는 작게 쓸 수 있는 지혜를 배우게 해 준다. 장량 유방에서부터 여성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측천무후,삼국시대를 풍미한 유비와 조조,청나라 말기 대부호 호설암까지 그들의 인물 기용에 어떤 공통분모가 있는지 찾아 나선다. 옥석을 판단하는 장면에서 재능이냐 덕행이냐를 놓고 고심하는 영웅들의 다양한 안목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전용 헬기로 인재를 모셔와 면접을 본다는 빌 게이츠,임원 평가항목에 인재확보 실적난을 두고 있다는 대기업 CEO들.현대의 영웅들은 어떤 인재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3백32쪽,1만3천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