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난옥 < 현암사 대표ok@hyeonamsa.com > 미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다 간호학으로 전과,간호사가 된 한 선배를 최근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던 중 자연스레 건강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됐다. 선배 왈,전공을 바꾼 후 첫 시간에 교수로부터'건강하다'의 정의를 묻는 질문을 받고 '아프지 않은 상태'라고 대답했다가 한 달간 다시 생각해서 의견을 써내는 리포트를 숙제로 받았다고 했다. 숙제를 받고 곰곰 생각해보니 자신이 단순했다는 결론을 얻고 1주일이 지나지 않아 견해를 수정했다고 했다. '아프지 않은 상태'도 틀린 건 아니지만 그것을 '건강한 상태'로 본다면 대체 세상에 아프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아픈 이가 그렇게 많다면 국가는 어떻게 그들을 보살펴 내겠는가. 간호학은 보살펴낼 수 있는 한에서의 건강한 상태와 아픈 상태를 정의해 내고 그것을 실현하는 일이라는 것.즉 '실현가능한' 정의를 요구한 것이었다. 거기서 힌트를 얻고 '건강한 상태'는 일차적으로는 '아프지 않은 상태'겠지만'아프더라도 아픔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고,그 의지로 이를 극복하면서 더 나은 상태로 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얻고,다음에 아팠을 때는 더 잘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면 그것은 아프지 않은 것보다 더 건강한 상태'라는 것으로 정의한 리포트를 내 수업에서 원하는 조건을 통과했다고 했다. 선배와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요즘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데 좀더 깊이있는 통찰을 할 수 있었다. 사회도 고비 고비마다 문제,바로 '아픈 상태'에 부닥친다. 우리 사회는 요즘 많이 아프다. 툭 하면 불거지는 불미한 사태들.거기에 대처하는 병약한 의지.대세를 놓고 논하지 않고 지엽적인 말싸움으로 벌이는 소모전.이제 이러한 말초적인 언쟁에서 벗어나 큰 아픔을 극복하고'건강한 상태'로 가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는 의지가 있어야겠다. 처음부터 어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자라는 과정에서 아픔을 극복하는 지혜를 얻고,그 지혜가 미래를 영위하는 노하우가 되어 아이보다 나은 어른이 된다. 국가도 꼭 같이 통치의 힘을 얻는다. 이제 아픈 걸 인정하고 아프게 만든 균을 철저히 찾아내 엄격한 반성과 피나는 노력으로 갈라진 틈바구니에 새 살을 채우자.그러나 세계사는 우리를 마냥 곱게 보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함께 지혜를 모으되 세계사에 뒤지지 않고 합류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인가 생각하며 조용히 아픔을 극복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