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측근의 핵심요직 세 자리를 전원 교수로 충원했다. 모두 오래 전부터 노 대통령과 '코드'를 공유해온 참모들이다. 50대 초반의 이들 측근은 같은 연배인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김용익 고령화미래사회위원장 등과 함께 강력한 '개혁이론가 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들이 제시하는 이론과 발전모델을 바탕으로 탄핵소추 후 집권 2기의 장·단기 개혁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의 아파트 원가공개 시비,국민연금 발전 방향에 대한 논란,경제위기 진단에 대한 담론,시장개혁 추진방안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이들 교수그룹의 목소리는 더욱 체계화되고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이론과 실천의 조화 여부다. 이번 인사로 물러난 박봉흠 전 정책실장은 경험이 풍부한 정통관료이며 배순훈 전 동북아경제중심위원장은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정책실장은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민감한 정책현안에 대해 국회 및 여당과도 하나하나 실무적으로 조율해 나가야 하는 자리다. 대통령자문위원회는 중장기 국정과제만 다룬다지만 각 부처가 현재 수행하는 업무들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국회와 행정부의 형평 관계를 내세운 채 여당도 장악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행정부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은 국회와 정부,당과 청와대의 관계에서 이론적으로 밀리지 말고 정책 자체만 놓고 논리적으로 맞서라는 무언의 주문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병준 신임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특별히 노 대통령이 새로운 방향에서 당부한 것은 없었다"며 "앞으로 많은 말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실의 역할에 대해서도 "과거 같으면 정책을 대상으로 한 토론이나 협의보다는 인간관계나 권력관계를 통해 조율하는 부분이 많았지만,참여정부 들어서는 결국 정책을 매개로 한 서로의 기능적인 관계를 굉장히 중시하고 있다"며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고민하면서 일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론적으로 상당히 준비된 전문가라는 점도 이번에 중용된 교수들의 특징이다. 윤성식 정부혁신위원장은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국가의 개념과 7가지 과제'를 명쾌하게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는 그동안 마련된 로드맵을 실행하고 정부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는 정부혁신의 2기"라고 설명했다. 막후에서 이론과 영감을 제공하던 연구자에서 책임이 따르는 정책참모로 나선 교수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