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화그룹 '백수 氣살리기'..뺑뺑이 2박3일‥취업問 보이네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악이다,깡이다. 악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던 10일 오후 2시 경기도 양평의 한화그룹 극기훈련장.어깨동무를 한 25명의 젊은 남녀가 PT체조(군대유격훈련체조)를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인근 옥산 등반에 앞서 몸을 푸는 중이다.
혹독한 훈련을 받는 신입사원들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의 신분은 무수한 낙방 경험을 가진 지방대 출신 '청년 실업자'.대졸 미취업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취업의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한화그룹이 마련한 합숙 취업 클리닉 "백수 기(氣) 살리기 프로젝트" 멤버들이다.
이번이 세번째 행사다.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기업이 과연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를 알아보는 시간도 있고 이력서 쓰기,개인 이미지 만들기 등 취업에 꼭 필요한 강의를 듣기도 한다.
실제로 고강도 면접을 보기도 하고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극기훈련도 마련돼 있다.
'백수'들이 가장 꺼린 시간은 '실전면접' 시간.대한생명 한화건설 63시티 등 한화그룹 계열사의 인사담당자들이 대거 면접관으로 나선 이 시간에서 이들은 또 다시 취업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꿈속에서도 외웠는데…." 지난 2월 대전 배재대를 졸업한 김지영씨는 결국 면접 직후 울음보를 터뜨렸다.
"면접관들이 '설마'했던 예상밖 질문들만 골라서 집요하게 질문공세를 퍼붓는 바람에…."
다른 백수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날 '12m높이 외나무다리 건너기''10m벽 오르기' 등 극기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은 듯 했지만 막상 면접관 앞에선 너무도 긴장한 탓에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하지만 면접이 모두 끝나자 이구동성으로 "좋았다"는 반응이다.
"면접을 수십번 봤지만 왜 떨어졌는지 몰랐는데 구체적으로 잘못을 지적해줘서 큰 도움이 됐어요."
오후에는 또 다시 극기훈련.이번에는 4시간 가량 소요되는 옥산 산행이다.
다소 가파른 산길인데도 로프를 타거나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며 협동심을 발휘하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산행을 마친 백수들을 맞은 것은 돼지삼겹살 파티와 댄스경연 등 레크리에이션.전날까지만 해도 축 처져있던 백수들의 어깨는 이미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평소 산행과 달리 오늘은 한걸음 한걸음이 무거운 발걸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등산처럼 취업도 서두르지 않고 작은 기업부터 차근차근 오르면 언젠가는 대기업에도 취직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송천호씨·대전대 산업심리학과 졸) "얼마든지 나도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다 잘될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한수지씨·한림대 언론정보학부 졸)
캠프파이어 시간에는 1,2기 선배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작년 5월 1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김기환씨(1기 회장·잘만테크 근무)는 "대기업만 겨냥했지만 백수 프로그램을 마친 뒤 중소기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며 "자신감을 갖고 눈높이를 낮추면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2기 회장 최승원씨(대한생명 근무)는 "자기 역량을 빨리 깨우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깨닫는 것이 취업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양평=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