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분기(1∼3월)중 국민들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아 체감경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총저축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1·4분기 기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4분기 명목 GNI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1백79조2천1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 GNI는 1백53조1천4백69억원으로 4.6%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 실질 GDP 성장률(5.3%)보다 낮았다. 이는 수입물가의 가파른 상승 등 교역조건이 악화돼 국민소득으로 실제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실질 무역손실액은 1·4분기 중 7조7천2백52억원에 달했다. 이와 함께 총저축률은 31.5%를 기록했다. 1·4분기만 놓고 보면 지난 98년(36.2%)이후 6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저축률이 높아진 것은 저축을 늘렸다기 보다는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 소비지출 증가율(3.0%)이 가처분소득 증가율(8.3%)을 크게 밑돌아 번 만큼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은 1.7%에 그쳐 작년 2·4분기 이후 계속 1%대 증가에 머물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저축이 증가하면 이것이 투자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도 끊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투자율은 설비투자 감소로 전년동기(27.9%)보다 1.5%포인트 하락한 26.4%에 그쳤다. 반면 총자본형성액을 총저축액으로 나눈 투자재원자립도는 1·4분기 중 1백19.3%로 작년동기(1백.3%)보다 19.0%포인트나 급등해 투자재원이 실제 투자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