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相生의 길' 찾는다] 강성노조 잇따라 임금동결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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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도 바쁜데….'
9년째 무분규를 달성한 현대중공업 노조 이경철 기획부장은 노사 상생의 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싸울 시간이 없어 싸우지 못한다며 웃었다.
그는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은 실익이 없다는 것을 조합원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노사 갈등은 이미 시대착오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노사 현장에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
병원과 일부 대형사업장에서 벌어지는 파업이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있지만 노사 상생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임금 동결과 무파업 선언이 줄을 잇고 있는 점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한 업체는 지난 5월말 현재 2백35개소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백79곳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낸 포스코를 비롯 태광산업 통일중공업 영창악기 등이 주인공들이다.
임금 동결을 선언한 사업장 명단에는 그동안 한국의 노사 분규를 선도해왔던 소위 단골 분규사업장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노사분규 건수는 올들어 지난 11일까지 숫자로는 작년의 94건보다 늘어난 1백45건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여기엔 병원 노조 60여곳이 포함돼 있어 실제적으로는 작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잇따르고 있는 산업평화 선언도 기업들의 생산 의욕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4월 항운노조는 파업으로 인한 수출입 차질 등을 우려해 무분규를 선언했다.
파업과 분규라는 노조측 무기를 내려놓는다는 점에서 일부 반발이 없지 않았지만 가뜩이나 흔들리는 경제가 파업 때문에 또다시 위협받아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의 결과였다.
노사관계가 좋기로 소문난 한국후지제록스는 지난 4월 노사평화 선언을 통해 임금협상을 무교섭으로 타결지어 4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세웠고 동부제강은 올해 9년 연속 무교섭 타결을 달성했다.
협상에 나서는 노조 대표들의 외양부터가 변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극한 대립을 계속해왔던 애경유화 노조는 작년 6월 노사평화 선언을 하면서 투쟁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투쟁 조끼'를 벗어던졌다.
이종환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성장해야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파이도 커진다"며 "올해는 생산성 향상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윤기설 노동전문·하인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