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캠퍼스 특강] '새로운 경영환경과 리더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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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호 LG화학 사장(56)이 카이스트(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한 '새로운 환경 하에서의 리더 역할'을 정리해 싣는다.
노 사장은 강의에서 "하루가 다르게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CEO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재빨리' 내린 다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의의 요지다.
◆ 경영환경이 변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하나의 제품에서 수십가지 기능이 한꺼번에 구현되기를 바라지만 기업이 소비자 욕구의 변화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간 합종연횡이 잦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이 부족한 기술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다른 기업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캐논과 도시바 등 세계적인 기업 간에 일어난 업무제휴도 단일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국제정세도 '자고 일어나는 것이 무섭다'는 말이 나올 만큼 빠르게 변한다.
원자재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기업의 경영환경을 압박한다.
국제정세에 따라 매출 변화가 민감한 기업들은 연간 사업계획서를 짜는 것이 힘들 정도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국내 기업의 경영환경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중국은 2,3년 내 디지털 가전, 휴대폰 등 국내 주력업종에서 대등한 기술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이 우리 기업과 대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격공세를 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 CEO 역할이 중요하다 =경영환경의 변화속도가 빠를수록 CEO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잠잠한 바닷길을 항해할 때는 조타수만으로 안전한 항해가 가능하지만 파도가 치는 바닷길을 항해할 때는 선장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CEO가 해야 하는 역할은 다양하다.
중요한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나아갈 방향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구성원들의 능력을 길러줘야 하며 기업 내부와 외부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중재해야 한다.
모든 역할이 다 중요하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CEO의 역할은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의사결정의 빈도가 높아졌고 의사결정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현 시점이 아닌 미래 시점에서 궁극적으로 회사에 유리한 것이 어떤 일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상당수 의사결정은 의사결정 시점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옳지 못한 선택일 경우가 많다.
◆ '심사숙고'는 미덕이 아니다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목표를 성과로 연결시키는 '실천력'의 확보 여부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정확하게 경영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미룬다.
의사결정이 늦어지니 경영정책의 실행도 덩달아 늦어진다.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늦은 의사결정은 잘못된 의사결정 만큼이나 기업에 해악이 된다.
가장 위험한 것은 경쟁기업을 '경영지식'으로 압도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이다.
경영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제반지식은 '넘쳐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동안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경영서적의 수만도 1천7백권이 넘는다.
지식조건이 똑같다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이를 '실행'으로 연결시키는 속도를 높이는 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경영에 있어서 '심사숙고'는 미덕이 될 수 없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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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기호 사장은 >
노기호 LG화학 사장(56)은 73년 LG화학에 입사해 화학 한 분야에만 전념한 '전문가형 CEO'.
자재사업부장, 관리 운영담당 이사 등을 거쳐 2001년 4월부터 LG화학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표이사 취임 후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열린경영', 비밀이 없는 '신뢰경영', 정직하게 원칙을 지키는 '정도경영'이라는 경영 3원칙을 강조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LG화학은 노 사장 취임 후 2002년과 2003년 연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