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할인점 간 상품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백화점에는 고급 브랜드,할인점에는 저가 상품만 있다는 고정관념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할인점에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브랜드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할인점에 먼저 입점하고 백화점으로 매장을 넓히는 외국 브랜드도 생겨났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고객이 큰 차이가 없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마트는 최근 태평양의 '아이오페',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 매장을 열었다. 양사의 대표 브랜드가 할인점에 선보이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태평양은 '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은 '레뗌'이라는 할인점 전용 브랜드를 판매해 왔다. 그러나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파리'가 지난해 이마트에 입점한 뒤 현재까지 33개 매장을 운영하자 국내 업체들도 대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게 된 것이다. 이마트는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 소형 가전의 세계적 브랜드인 지멘스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할인점용 가전제품은 백화점과 다르게 만든다"는 편견을 불식시킬 뿐 아니라 유명 외국산 브랜드도 판매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이밖에 세계 1위 요가제품 브랜드인 허거머거(Hugger Mugger) 제품도 들어왔다. 홈플러스도 최근 '아이오페'와 '이자녹스' 매장을 설치했다. 작년 말에는 세계적 건강식품 업체인 GNC 매장이 영등포점과 금천점에 들어섰다. GNC는 이후 삼성플라자 분당점,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현대백화점 무역점 등에 입점했다. 홈플러스측은 "할인점부터 입점했다는 얘기는 그만큼 할인점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또 백화점에서만 취급하던 휠라 란제리(속옷)도 홈플러스 17개 점포에 둥지를 틀었다. 유아용품 시장에서는 할인점이 백화점을 완전히 압도했다. 작년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할인점이 3천억원, 백화점이 2천5백억원을 형성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까르푸의 경우 압소바 베비라 아가방 등 국내외 고급 브랜드들이 임대매장에 들어와 영업 중이다. 이마트 김대식 과장은 "백화점이 할인점과의 경쟁에서 처지면서 점차 해외 명품 쪽으로 치우치게 되자 이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고급 브랜드의 할인점행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