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증하는 민원…'나 몰라라' 행정당국 > "올들어 지금까지 한번도 일조권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건축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지난해에도 없었던 것 같네요. 보다 정확한 것은 (서류를) 들춰봐야 알겠지만…."(서울시 관계자) 주민들간 일조ㆍ조망권 분쟁이 폭증하고 있지만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은 '분쟁 조정 업무'에서 거의 손을 놓은 상태다. 민원인들이 아무리 시ㆍ군ㆍ구청을 찾아 하소연해도 "당사자끼리 대화해보라"는 하릴없는 조언만 듣기 일쑤다. 이 때문에 일선 지자체를 거치지 않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곧바로 법률적 배상 가능성을 타진하거나 민간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조망권 침해 정도'를 직접 검증받은 뒤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는 주민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 유명무실 '건축분쟁조정위' 현행 건축법 규정(76조2항)은 건축물의 건축 등으로 건축주와 인근지역 주민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건축분쟁조정위원회를 각각 시ㆍ도 등 광역 지자체와 시ㆍ군ㆍ구 등 기초 지자체에 두도록 하고 있다. 건축 허가권자인 기초 지자체의 분쟁 조정안에 민원인이나 건축주가 불복할 경우 소송에 앞서 광역 지자체 분쟁조정위원회에 의견 조정을 한번 더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그러나 이같은 건축분쟁조정위원회 기능이 유명무실화된지 이미 오래다. 광역 지자체는 물론이고 주민들간 일조권 다툼이 끊이지 않는 시ㆍ군ㆍ구의 경우도 분쟁조정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설치하고 있을 뿐 실제 회의를 열어 이견을 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1년에 한 두차례 회의가 열릴 뿐"이라며 "법적ㆍ제도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건축분쟁에 휘말린 민원인들로서는 법원에서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주민들만 '골탕' 이처럼 일선 행정당국이 일조ㆍ조망권 분쟁에서 손을 놓으면서 일조권 전문 변호사나 컨설팅업체 등을 찾아 직접 해결책을 구하는 주민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단독주택지의 소수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를 받는 경우 소송 및 컨설팅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속수무책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일조ㆍ환경권 종합 컨설팅을 위한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한 조용성 인텔리전트솔루션즈 대표는 "관할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한 많은 민원인들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뒤 일조권 컨설팅업체나 변호사사무실을 찾아 해결책을 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2동의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A씨는 "집 근처에 15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일조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게 분명한 데도 구청에서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돈이 들더라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법원에 소송을 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양천구청 관계자는 "구청으로서는 당사자들끼리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유도할 뿐 적법한 절차를 밟아 추진되는 건축을 중단시키기는 힘들다"고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