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盧대통령의 話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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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화법을 가까이서 보면 진솔할 때가 많다.
각론에 이르는 자세하고 쉬운 설명과 실감나는 비유에다 막힘 없는 표현도 특징이다.
14일로 탄핵복귀 한 달째,이 기간 중 나온 '대통령의 말'도 이 틀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탄핵복귀 후 노 대통령의 발언 중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보인다.
개별 행사 때나 상황만 따로 보면 잘 짜여진 논리구조와 설득력이 돋보이는데,앞뒤의 다른 일정이나 상황에서 한 말과 비교하면 조금씩 다른 정책방향을 시사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아파트 원가공개 문제를 보자.노 대통령은 지난 9일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불가' 입장을 적극 밝히며 이유도 명확히 제시했다.
"대통령 뜻도 모르고 당이 공약을 넣은 게 문제"라는 취지로 열린우리당의 오류까지 지적했다.
그런데 11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는 "대통령의 의견 제시가 중요하긴 하지만 정책결정 자체는 아니다"고 말했다.
12일 당·청 고위협의에서 '원가공개 불가'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11일 간담회 말만 들으면 방향이 재검토될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더구나 9일 불가발언이 대문짝만하게 보도되면서 일부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여론도 들끓어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오해가 뒤따를 수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연세대에서 열린 대학생 상대의 특강 때도 그런 요인이 있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에 대한 견해를 밝혔고,이 문제로 야권으로부터 "국민들을 편가르기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바로 그 이틀 전 노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과 3시간 동안 규제완화와 투자확대를 놓고 격의없는 토론을 벌였다.
보수계층 껴안기에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행사였다.
'경제위기론 해악설'을 강조해오다 "전투지휘관은 아무리 불리해도 그렇게 말해선 안된다"(경제부장 간담회)고 한 것도 자칫 듣는 이를 의아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와중에 노 대통령의 말을 놓고 청와대가 오프(비보도) 요청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 정책혼선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된 국민투표 발언보도가 그런 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