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스크린쿼터 축소조정 방침을 밝히고 영화인대책위원회에 영화계 내부의 축소안을 마련해 달라고 공식요청했다. 영화인 출신으로 누구보다 강력하게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해왔던 이 장관이 입장을 바꾼 것은 국가경제의 이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올바른 판단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급성장했을 뿐 아니라 스크린쿼터가 한·미 투자협정(BIT) 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수준 유지를 고집하는 것은 작은 것을 지키려다 큰 것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투자협정을 체결할 경우 매년 30억∼40억달러 정도의 투자유치 효과가 예상되는데다 미군 몇개 사단이 주둔하는 것과 같은 안보효과까지 얻을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협정체결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특히 국산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52.9%를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엔 72.6%까지 상승한 사실을 감안하면 40%(1백46일)로 돼 있는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통상문제를 고려해 스크린쿼터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추세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물론 영화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 제도 덕분에 영화산업이 크게 도약할수 있었고, 현재의 급성장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스크린쿼터를 10일 줄일 경우 3천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산영화 한편에 1천만명 이상의 관객이 동원되고 국제무대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게 된 상황이라면 이제는 영화계가 생각을 달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더구나 스크린쿼터를 아예 폐지하자는 것도 아니고 상영일수를 다소 줄이자는 정도의 내용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외국시장엔 최대한 많이 팔려고 하면서 우리 시장은 개방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경제계가 스크린쿼터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건의한 것도 바로 그 때문임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영화계도 언제까지나 예외가 계속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보호막 의존체질에서 벗어나 당당히 국제무대에서 어깨를 겨룰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세계적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국내영화산업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길이란 사실을 깊이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