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유아트스페이스에서 8년만에 개인전을 갖고 있는 서양화가 장순업씨(57·한남대 교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작가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일본과 프랑스를 오가며 수차례에 걸쳐 초대전을 가졌고 해외 아트페어에도 자주 참가했다. 오랜만에 열리는 이번 국내 개인전에는 '빛과 시간의 이야기'를 주제로 토기 장승 망부석 하루방 당초문 연화문 민화 등 전통 문화에서 따온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투과된 빛에 의해 바래거나 희미해진 형상들을 먹의 번짐과 공간의 여백으로 처리했다. 빛을 그리기 위해 밝음과 어둠을 대비시킨 게 특징이다. 그의 근작들은 밝음보다는 어둠을 중시하며 두텁고 거친 마티에르를 강조하는 가운데 빨강 녹색 파랑의 원색과 황금색을 추가해 화면이 지나치게 어두운 것을 보완하고 있다. 그는 기존 구상작업에서 최근에는 추상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지를 붙이고 채색하고 다시 찢고 긁는 작업은 작품세계의 탈바꿈을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캔버스뿐 아니라 자연석 위에 인물이나 자연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작업도 시도했다. 20일까지.(02)544-8585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