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도입된 방카슈랑스는 2004년 3월 현재 18개 은행을 포함, 총 98개의 금융회사에 의해 약 2조3천억원의 판매누계액을 기록하고 있다. 수입보험료 기준 6%,초회보험료 기준 14%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금융회사별로는 은행의 매출이 95%로 절대적이며 상품별로는 연금보험을 축으로 하는 생명보험 상품이 대부분의 실적을 점유하고 있다. 손해보험의 경우는 기업에 화재,기술 및 책임보험 등을 일괄 판매하는 종합보험이 방카슈랑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상품을 보다 싸고 쉽게 공급하자는 방카슈랑스의 도입취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거대 규모 은행이 수익구조 악화의 출구로 '방카수수료' 수입에 치중함으로써 왜곡되고 있다. 은행업 진출이 봉쇄된 보험사의 입지 약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미 도입 반년 만에 파장을 입증한 방카슈랑스가 예정대로 내년 4월 2단계 확대조치가 실시될 경우 손·생보 26만 설계사와 대리점,이들의 1백만 가족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다. 특히 손해보험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수수료 수입을 겨냥한 은행들이 전국 지점망을 활용,판매공세를 펼친다면 상대적으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손해보험업계의 설계사 및 대리점의 대량실직 등 모집조직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손해보험업계는 온라인을 통한 보험상품의 직접판매회사 진입 이후 과당 가격인하,채널간 충돌,상품 및 보상서비스 등 전방위적인 측면에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그러나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시장에 의한 구조변화,특히 기존 설계사의 고효율 대면채널인 재무 컨설턴트로의 전환 내지는 직접 판매로의 대체 노력 등 판매조직 개혁의 연착륙을 위한 자생적 노력이 진행 중이며 이러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에는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고속의 방카슈랑스 확대가 손해보험업계의 자생적 구조조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박탈하는 부정적 파장이 염려된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이 은행에 대한 판매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보험상품 납품업자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서는 방카슈랑스에서 제외된 중소형 보험사는 영업부진으로 인한 재무구조의 악화로 파산이 우려된다. 이는 자칫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성해 보험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될 소지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문제점을 감안해 정책당국에 두가지 점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손해보험사의 구조개혁의 연착륙과 고용안정을 위해 자동차보험 방카슈랑스 도입 등이 포함된 2단계 확대조치의 일정에 대한 재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프랑스 등 우리보다 앞서 실시한 국가들의 예를 보더라도 적어도 6년간의 시차를 두고 전면 허용했고 보험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자동차보험을 포함해 내년 실시예정인 방카슈랑스 전면허용 방침을 3년 후인 2007년으로 연기를 결정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 크다고 하겠다. 둘째, 기업성 일반보험의 방카슈랑스 허용과 관련해 기업을 위한 맞춤형 보험상품이 과연 신속 간결,그리고 서비스를 바탕으로 불특정다수의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카슈랑스의 본질에 부합되는 것인지 재고해야 할 것이며,은행의 불완전 판매,꺾기 및 과다수수료 요구와 이에 영합하는 보험사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함으로써 방카슈랑스의 도입목적에 부합되는 정책적 실행이 요구된다. 지금 국민들 사이에는 제2의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 행정을 바탕으로 한 정책당국의 감독과 독려 속에서 은행과 보험업계가 이기적이고 보신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자세로 비교 우위의 최적결합을 통한 이익 극대화라는 상생의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