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에서 떠나가는 최고경영진에게 지급하는 퇴직보상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전통적으로 퇴직수당을 많이 지급하는 코카콜라가 이달 물러나는 2인자 스티븐 하이어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3년간 일한 대가로 2천4백만달러(약 2백80억원) 이상의 퇴직수당을 주기로 결정함으로써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2000년 2월 코카콜라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더글러스 이베스터는 떠나면서 주식과 다른 보상 형태로 1억달러를 받은 것은 물론 자문 계약에 의해 2008년까지 매년 67만5천달러를 받게 돼 있다. 코카콜라의 퇴직수당이 유난히 후한 편이지만 다른 기업들도 퇴직보상금을 많이 주기는 마찬가지다. 미디어 재벌 비아콤의 멜 카르마진 사장은 이달 퇴임하면서 3천만달러를 받았다.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의 회장 겸 CEO였던 리처드 브라운은 작년 3월 퇴임할 때 현금과 주식, 기타 보상을 포함해 모두 4천6백50만달러를 챙겼다. 기업의 수익은 줄었지만 회장이 챙겨간 보상금은 두둑했다. 델타항공,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다른 기업들도 떠나간 최고경영진에게 후한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처럼 퇴직보상금이 후한 것은 좋은 CEO를 영입하기 위해 미리 두툼한 퇴직보상금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미국 재계에선 이런 관행을 '황금 낙하산'이라고 부른다. 일부 기업은 CEO가 퇴직한 후 최소한 몇 년간 경쟁기업으로 가지 못하도록 하거나 기업 비밀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취임할 때 후한 퇴직보상금을 약속하기도 한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소넨펠드 교수는 "코카콜라 이사회가 내부의 유능한 인물을 잘 붙잡아 뒀더라면 굳이 황금낙하산을 태워 외부 인사를 데려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낙하산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주주들은 기업이 퇴임하는 최고경영진에게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약속할 때는 주주들의 동의를 얻도록 촉구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