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 간 견해차이를 좁히는데 기여했다." "재벌 총수를 오라가라 하는 것은 기업을 무릎 꿇리려는 전근대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의 14일 만남을 끝으로 막을 내린 강철규 공정위원장과 4대 그룹 총수 간 연쇄 회동을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회동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재계의 오해를 풀고 협조를 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관(官)이 기업 위에 서려는' 반(反)시장적 인상이 강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달 27일 구본무 LG 회장과의 만남으로 시작된 이번 연쇄 회동은 강 위원장이 재벌 총수들에게 시장개혁 3개년 계획(로드맵)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강 위원장의 '선물 보따리'도 추가됐다. 그룹 현안이 걸린 개별사안에 대해 강 위원장이 타당성 검토를 거쳐 수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LG그룹은 '지주회사는 자회사 이외에 다른 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으며 초과분은 2년 내 해소'토록 한 소위 5%룰 완화라는 성과를 얻었고 SK그룹은 '외국인투자기업 예외인정 요건 강화'라는 선물을 받았다. 삼성도 간담회에서 직접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1년의 유예기간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재벌개혁 속도조절을 건의하며 이해의 폭을 넓혔다. 공정위 쪽에서는 무엇보다 입법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주요 재벌총수로부터 이해와 동의를 얻어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단체의 조직적 반발을 약화시켜 입법추진의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된 셈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대한 양측의 근본적 입장차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채 '동상이몽'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도 삼성그룹과의 회동 이후 발표한 자료를 통해 "그룹별로 관심분야에 따라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또 개별 그룹의 민원을 해소해 주는 대가로 암묵적 동의를 얻어내는 방식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밖에 재벌총수와의 만남에서 보여준 강 위원장의 고압적 자세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재벌 총수를 불러 개혁을 강요하고 말을 잘 들을 경우 선물을 주겠다는 식의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아스럽다"고 꼬집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