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토불균형 심화시킬 수도이전 .. 崔莫重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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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莫重
분단국가의 현실에서 한반도 남쪽의 국토는 매우 협소하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서로 연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과 충청권은 경부고속철도로 불과 30∼40분만에 출퇴근이 가능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렇게 좁은 국토에서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충청권으로 수도를 옮긴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국토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충청권으로 수도가 이전된다면 현실적으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릴 지역은 서울과 충청권의 양쪽 방향으로 모두 접근성이 가장 좋은 평택 안성 등 수도권 남부지역이 될 것이다.
이미 수도권의 확산은 화성 등 서울 반경 40km권까지 진행돼 있다.
따라서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은 40km권 외곽지역의 성장을 촉진해 수도권의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이는 곧 기존의 경부축을 따라 서울에서 충청권에 이르는 거대 도시지역이 통합·연담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이미 그동안 수도권 규제의 반사이익으로 그나마 조금이라도 혜택을 입었던 지역이 충청권이라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공장총량제 등의 규제에 의해 수도권에 입지하지 못한 공장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은 영·호남 지역이 아닌 천안 음성 등 수도권에 연접한 충청권이었다.
이는 곧 그동안 충청권 북부지역이 수도권의 대체 입지지역으로 기능해 왔음을 의미하며,이에 따라 바로 이 배후로 수도가 이전된다면 수도권 남부지역과 충청권 북부지역의 성장을 촉진해 수도권과 충청권이 통합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리하여 수도권과 충청권이 통합·연담화된 '首淸圈(수도권+충청권)'이 탄생하면,이는 현재의 수도권보다 더욱 강력한 흡인력을 갖는 '블랙 홀'로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영·호남 지역에 남아 있었던 발전 잠재력마저 흡수해 오히려 국토불균형 문제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
현재의 추산을 따르더라도 충청권의 수도후보지에 계획된 인구 50만명은 모두 수도권에서부터 유입되는 인구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뿐 아니라 다른 비수도권 지역으로부터도 충청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충청권이 한반도 남쪽의 모든 지역에서 2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리적 중심지이기 때문에 수도 입지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2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역으로 충청권에 거주해도 전국의 모든 지역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교통이 발달하고 전국이 일일생활권이 되면서 서울 등 중심도시의 힘은 분산되기보다 오히려 더욱 집중,강화됐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토불균형 문제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지만,사실 국토불균형 문제는 경부축과 비경부축간 불균형 발전에서부터 비롯됐다.
따라서 기존의 개발축인 경부축상에 위치하고 있는 충청권으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국토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보다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한반도 남쪽의 내륙지역으로 수도가 이전한다는 것도 세계화·개방화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으로 중국 일본 등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도국가의 특성을 살려 해양지향적인 국토공간구조를 짜겠다는 기존의 국토구상과도 배치된다.
또한 통일시대에 대비한 국가발전의 청사진 없이,그리고 국토방위체계 변화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없이 수도를 한강이남 남쪽으로 이전한다는 것도 큰 문제다.
수도는 지역정치의 차원이 아닌,남북통일을 고려한 한반도 전체의 시각에서,그리고 나아가 동북아 허브 실현을 위한 개방형 국토의 전략적 입지의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
정부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 수도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오히려 수도 이전으로 인해 그나마 국민소득 1만달러를 유지하는 것마저 위협받게 될 가능성은 없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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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