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삼성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일명 '전기 흡혈귀'로 불리는 대기전력(Standby Power)을 최소화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고유가 행진으로 대기전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데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홈네트워크로 대기전력이 불어난다 국내 전자기기의 평균 대기전력은 3.66W로 가구당 연간 3백6kWh(3만5천원)를 흘려보내고 있다. 이는 가정 전력소비량의 11%에 해당하는 수치로 국가 전체적으로 매년 5천억원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가전제품들이 항시 서로 연결돼 있어야 하는 홈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하면 대기전력 소모량이 몇배 이상 커진다는데 있다. 스위스 정부는 홈네트워크로 인해 매년 대기전력이 1.3%씩 증가, 2020년께는 가정소비전력중 25%가 대기전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선진국들은 규제를 강화한다 홈네트워크로 인해 앞으로 가전제품의 대기전력 소모량은 대폭 늘어나게 될 전망이지만 각국 정부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1년부터 정부가 사들이는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제한한데 이어 민간 부문으로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EU는 자율협약 형식을 띠었지만 사실상 의무적으로 가전업체의 대기전력을 낮추도록 규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규제에 나섰다. 산업자원부는 2010년까지 국내 전자제품의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낮추기로 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주요 가전제품의 제조사별 대기전력 소모량을 공개, 소비자 문제로 이슈화한다는 전략이다. ◆ 대기전력 낮춘 제품개발 비상 LG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업체는 페어차일드 등 전력용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만든 '대기전력 절감용 칩' 사용을 늘리는 한편 자체적인 기술개발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페어차일드 칩을 쓰면 대기전력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제품당 1∼2달러가량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체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국 규제에 대응한 기술개발은 거의 마친 상태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내부적으로 준비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 대기전력이란 가전제품의 전원 스위치를 끄더라도 플러그를 뽑지 않을 경우 소모되는 전력을 뜻한다. 예컨대 TV를 리모컨으로 켜기 위해선 TV가 꺼진 상태에서도 일정량의 전기가 흘러야 하는데 이것이 대기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