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진공장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보너스를 포함해 2천위안(한화 28만원)으로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공장의 10% 수준에도 못미칩니다. 분규도 없고 시 정부에서는 공장부지가 더 필요하면 말만 하라고 합니다. 한국에 더이상 투자할 이유가 없는 거죠."


지난해 파업으로 몸살을 앓은 L사의 한 고위임원은 산업공동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인천 남동공단에서 공업용 모터 등을 생산하는 D공업은 2002년 중국 칭다오에 공장을 준공했다.


반도체 설비부품을 생산하는 E사는 지난해초 상하이에 현지공장을 세웠다.


경기 시화공단 내 D엔지니어링은 중국 선양에 공장을 건설했다.


구로공단(현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입주 1세대였던 S전자는 2000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견디다 못해 2002년 중국 옌타이로 공장을 이전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생산업체인 I사는 97년에 중국 웨이하이 지역에 현지공장을 설립한 뒤 2002년에 안산공장, 지난해 경북 의성공장을 폐쇄했다.


반월ㆍ시화ㆍ남동공단 등 수도권 지역 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의 해외이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거대시장을 겨냥해 중국이나 동유럽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나 인건비 상승, 특히 강성노조가 이끄는 노사분규를 견디지 못해 해외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기업들은 호소하고 있다.


국내 노사분규는 또한 외국인들의 직접투자를 가로막는 주범이 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네슬레가 악성 노사분규로 한때 사업철수를 검토하는 등 논란이 빚어지면서 강성노조에 대한 외국의 비판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이후 이스라엘 최대 선사인 '짐라인'과 대만의 에버그린 계열사인 '로이드트레이스티노' 등 2개 선사가 기항지를 부산항에서 중국 칭다오항으로 변경시키는 등 8개 선사가 부산항을 떠났거나 떠날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물류대란이 잦아들면서 올들어 외국선사들이 다시 부산항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물동량을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최근 운송거부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외국선사들이 아예 빠져나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규모는 64억6천7백만달러로 전년 대비 28.9% 급감했다.


2001년 25.8%, 2002년 19.4% 등 매년 감소율이 두자릿수를 넘고 있다.


반면 중국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투자는 2001년 5억8천2백만달러, 2002년 8억9천7백만달러, 2003년 13억5천7백만달러로 급증하고 있으며 올들어 4월까지 6억1천4백만달러로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태세다.


인건비가 낮아 투자지역으로 선호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에 대한 투자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기업환경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엑소더스(탈출)'를 완화하는데는 합리적 노사문화 정착도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