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사랑과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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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느니 "사랑에 빠져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느니 하는 말들을 한다.
누구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맹목적이 된다는 얘기다.
"사랑을 고치는 약은 없다"거나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은 감각적인 마취상태에 있는 것"이라는 시구들도 '사랑'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표현일 뿐이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거대한 힘을 가질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학자들은 오랫동안 다각적인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는데 며칠전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CL) 연구팀이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는 소식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면 비판적 사고기능과 부정적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활동이 억제된다는 게 연구내용의 골자다.
인간의 애정이 감정에 관계되는 신경망을 마비시켜 개인간의 사회적 거리를 좁히며 또 한편으로는 사랑을 유도하고 쾌활하게 하는 보상회로의 작동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두뇌의 작용이라는 것은 이미 밝혀졌다.
흥미로운 점은 사랑의 단계마다 신경조절 및 신경전달물질(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사실이다.
플라토닉 사랑은 도파민에 의해,에로스적 사랑은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호르몬)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상사병이 도지는 단계에 이르면 사랑의 묘약이라고 하는 모르핀 분비가 많아진다.
이런 물질이 만들어지고 상호작용하면서 사랑의 감정이 변해가는데 그 감정이 영구적으로 계속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남녀가 만난지 2년쯤 되면 대뇌에 항체가 조성돼 사랑의 물질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하는데,남녀간의 뜨거운 사랑은 보통 18개월에서 길어야 30개월이라는 것이다.
결혼한 사이라면 그 이후는 사랑의 감정보다는 정(情)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암시에 다름 아니다.
사랑의 감정은 세월이 지나면서 시들해지게 마련이다.
결국 사랑을 오래 유지하고 지속시키는 것은 지성이나 교양으로 다듬어진 원숙한 인간미가 아닐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