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이다. 맥주, 아이스크림, 팥빙수같은 제품들이 제 맛을 내는 때다. 장사도 마찬가지다. 제 철을 따라가야 한다. 더군다나 올해는 불볕 더위가 오래도록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보다. 사람은 지치지만 여름장사는 신바람이 날 조짐이다. 여름나기에 걸맞은 대표적 아이템으로는 맥주점과 아이스크림점을 들 수 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서 맥주전문점을 하는 정귀성씨를 통해 여름장사 노하우를 알아본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 5월 중순부터 매출이 뜨기 시작했다. 20평짜리 점포에서 하루 매출 1백20만원을 올렸다. 하루 종일 장사한 것도 아니다. 저녁 8시에 손님을 받기 시작, 이튿날 새벽 3시까지 성적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점포 바깥 주차공간에 설치하는 파라솔과 간이의자가 훨씬 인기가 좋다. 정귀성 대표는 오후 늦게 찾아간 기자에게 전날 실적이 고스란히 기록된 매출전표를 펴보인다. 한 팀(3~4명)당 대략 3만원 정도를 쓰고 있었다. "처음에 점포를 낼 때 맥주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장사가 잘 될 입지가 절대 아니라는 거죠. 제가 된다고 우겨서 겨우 낸 점포예요." 정 대표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12년 동안 거주한 이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원론적으로 보면 상권은 좋지 않은게 분명하다. 유동인구가 없는 외진 곳이기 때문. 그러나 큰 병원(을지병원)과 대형 소매점(세이브존)이 바로 옆에 붙어 있어 최소한 공칠 염려는 없었다. 두번째 이점은 경쟁 업소가 별로 없다는 점.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까닭이다. 손님들 입장에선 갈데가 마땅히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년 8월 점포를 오픈하기전 시장조사를 면밀히 해봤습니다. 10년 이상 살아온 곳이지만 막상 장사를 시작하려니 겁나잖아요. 아무리 분석해봐도 결론은 마찬가지였어요. 된다는 확신이 서더라고요." 오픈 첫날인 2003년 8월22일. '오픈발'에 힘입어 하룻밤새 2백28만원 매출을 올렸다. 안주접시만 1백개가 나갔다. 아직까지 이 기록은 깨지 못했다. 요즘 평일엔 1백만~1백20만원, 주말엔 80만원 안팎의 매출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제 경우 하루 70만원 매출이 마지노선인 것 같아요. 하루 70만원이면 생활비 버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고요, 그 이상이면 돈을 모을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거지요." 맥주전문점은 계절에 아주 민감하다. 따라서 5~9월까지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성수기에는 점포 밖 주차공간을 활용, 손님도 더 수용할 수 있어 하루 매출 1백50만원 올리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비수기다. 긴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다. 매출이 성수기의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까닭이다. 80만원 넘기도 빠듯한 날이 줄을 잇는다. 성수기 때 매일 테이블이 꽉 차지만 정 대표는 손님을 정확히 기억한다. 손님이 들른 날짜, 앉은 테이블, 주문 메뉴까지 꼭 집어 말하면 손님들은 놀라게 마련. 이때부터 주문하는 메뉴 단가가 높아진다. 단골고객으로 변한다는 얘기다. 정 대표의 경우 창업비용은 1억5천만원이 들어갔다. 신축건물이라 권리금은 없었고 보증금만 3천만원 들었다. 월세는 2백40만원으로 높은 편이다. 시설비 1억원과 초기 운영자금으로 2천만원 정도 마련,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큐즈 본사 (031)978-6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