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해외 시장에서도 흥행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극소수의 한국 영화들만 해외시장 흥행에 성공했지만 올들어서는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곽재용 감독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지난 3일 홍콩에서 개봉돼 11일간 6백58만 홍콩달러(약 10억원)를 벌어들이며 장기상영 체제에 들어갔다. 제작사 아이필름은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조폭마누라'(41일간·9백30만홍콩달러)보다 더 좋은 흥행실적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사진)은 지난달 22일 일본에서 개봉돼 이달 13일까지 40만명의 관객을 돌파,5억2천만엔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앞으로 한달간 추가 상영될 예정이어서 6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전망이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지난 4월22일 미국에서 개봉돼 이달 13일 현재 1백70만달러를 벌어들여 미국에서 개봉된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도 지난달 19일 프랑스에서 개봉돼 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한국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잇따라 상을 받으며 인지도가 높아진데다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경우 제작비를 투자한 홍콩 에드코필름이 현지밀착형 마케팅과 배급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흥행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스캔들'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용준이 출연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뒤 흥행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아직은 국내 제작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큰돈을 벌 정도의 흥행 실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제 상영규격에 맞도록 영화 제작의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마케팅도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