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를 이용해 경영권 방어에 나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17일 자사주 보유물량(8백만주,총 주식수의 31.4%) 중 8.09%를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등 대주주에게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박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의 지분율은 28.75%에서 36.84%로 늘어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2001년 금호케미칼과의 합병 과정에서 자사주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보유하게 됐다"면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와 주가 안정 등을 위해 대주주에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잦은 최대주주 변경으로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부각됐던 STX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던 현대상선도 자사주를 대주주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를 꾀한 케이스다. STX는 지난달 19일에 이어 이달 1일과 7일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보유 중인 자사주 13.39%(3백7만주) 전량을 매각했다. 대주주인 강덕수 회장은 자사주 2백만주가 장내 매각되던 지난달 19일 1백11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이후에는 자사주 1백7만주가 협력사인 엔토스정보기술에 시간외거래를 통해 넘겨졌다. 자사주 처분 직전 STX의 지분 분포는 자사주 13.39%,두산중공업 계열의 HSD엔진 12.81%,강 회장 8.96% 등이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으로 강 회장의 지분은 14.39%로 늘어나 최대주주가 됐다. 현대상선도 지난 9일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보유 중이던 자사주 12%(1천2백36만주)를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홍콩의 허치슨왐포아 계열사(케이프포천B·V)에 8백59억원(주당 7천2백59원)에 매각했다. 정종태·임원기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