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對) 북한 정책이 단순히 실패한 것보다더 나쁜 점은 서서히 실패했다는 사실이어서 북한을 상대로 진지하게 협상하지 않은 그간의 정책 대신 새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미국의 전략문제 전문가가 17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에 기고한 칼럼에서 밝혔다. 세계정책연구소(WPI) 선임연구원이자 유라시아그룹 사장인 이언 브레머는 유엔핵사찰단이 지난 2002년 12월 북한에서 추방된 이래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전략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 폐기(CVID)' 원칙을 관철시키기위해 다른 나라들이 북한을 압박해 줄 것을 설득하는데만 주력하면서 '다자 경로'를 도외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이에 북한이 양보 대신 핵 시설을 구축하는 등 대북 결의안을 이끌어내기위한 다자 노력이 점차 무산되자 한국과 중국은 북한과 자체적으로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 협상으로는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한 핵 폐기가 어렵다고 브레머는 지적했다. 즉 이런 방식으로는 북한이 현존 무기를 계속 보유할 수 있고 자유로운 대북 사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현재 진행중인 6자 회담과는 별개로 북한과 직접 협상해 양측 국경선 정책을 호전시키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게다가 미 정부와 보조를 맞춰 온 일본조차도 효율성이 부족한 미국의 대북정책에 염증을 느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직접 나서 북한을 방문, 납치 일본인 석방 협상을 벌이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인도주의적 원조를 약속하는 등 국교 정상화에 주요 진전을 이뤘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실패 원인으로 북한과의진지한 협상을 꺼리는 부시 행정부의 자세를 들고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정당한 제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도 북한이 거부할 경우 미국은 오히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이럴 경우 중국과 한국도 좀더 강력한조치로 지원할 명분을 가질 수 있었는데도 미국은 진지하게 북한에 접근하지 않았다는 게 브레머의 분석이다. 브레머는 결국 최대 우려 요소인 북한의 잠재적인 핵물질 수출 가능성과 관련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체제로 핵 물질 수출을 막아야하며 북한을 떠나는 항공기,선박,트럭을 검사할 수 있으려면 한국과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미 행정부는 북한의 체제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을 공식 포기하고 도전이없다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식적으로 하면서 인도주의적 원조를 한다면 대북 관계 정상화 환경이 나아져 핵폐기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브레머가 제시하는 새 접근법이다. (서울=연합뉴스)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