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1일 단행된 북한의 '7ㆍ1 경제관리 개선조치'는 해방 후 토지개혁에 버금가는 중대 조치로 평가된다. 이 조치 이후 북한 당국은 국정가격으로 생활 필수품을 공급하던 것을 폐지하고 임금과 물가를 현실화시켰다. 유통을 시장에 맡겼을 뿐만 아니라 개인 장사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KBS 일요스페셜 '경제개혁 2년-북한에 자본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20일 오후 8시)는 7ㆍ1조치 이후 본격적으로 자본주의에 눈을 뜨기 시작한 북한 사회의 생활상과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제작진이 담은 평양의 거리는 과거보다 훨씬 밝아졌다. 사람들의 옷색상이나 표정도 환하다. 거리엔 개인매대(포장마차와 같은 간이 상점)들이 들어섰고 점원들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판매나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많이 파는 만큼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져가고 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국가 배급체계는 사라지고 있다.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전과는 다른 점이다. 물가가 현실화된 만큼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국가 배급체계의 쇠퇴와 시장의 등장은 부정적인 변화도 가져왔다. 고리대금 업자가 생겨나고 그만큼 빈부차도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개인주의와 배금주의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주민들은 모은 돈을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 아니고 달러나 유로화로 바꿔 집안 곳곳에 숨겨둔다. 아직 민간 은행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의 변화가 이제는 과거의 통제사회로 돌아갈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들도 북한에서 이미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트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