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외국계 펀드의 잇따른 지분 매입으로 '제2의 SK㈜'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면서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18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지분가치(3조1천억원)가 자사 시가총액(2조7백62억원)보다 많다"며 "이같은 매력으로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46%대로 늘어났으나 우호지분율은 16.2%로 낮아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도 헤르메스 등 3곳에 달해 외국계 펀드끼리 연합해 계열사 지분매각이나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경우 앞으로 SK㈜ 처럼 경영권을 둘러싸고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증권사는 내다봤다. 대우증권도 "외국인이 삼성물산 지분을 늘리는 것은 인수합병(M&A) 측면에서 투자매력이 높기 때문"이라며 "SK㈜ 처럼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될 경우 삼성측의 지분확대 등으로 주가가 2만7천5백원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이같은 관측으로 장중 8% 가까이 급등하다가 소폭 밀려 2.24% 오른 1만3천7백원에 마감됐다. 증권업계에선 그러나 "M&A의 개연성은 있지만 현실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분석가는 "SK㈜의 경우 수익성이 높은 정유업체인 데다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에 M&A 타깃이 됐지만 삼성물산은 다르다"며 "외국인들이 이 회사가 보유한 우량 계열사 지분가치의 주가 반영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른 분석가는 "경영권 위협 가능성은 이미 올 초부터 제기됐지만 삼성측이 지분을 늘리는 등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역외펀드 등을 통해 상당부분 우호지분을 확보해 뒀거나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따라서 "기업의 본질가치와 무관하게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킬 경우 주가 왜곡 현상이 나타나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는 있지만 여러 차례 접촉해본 결과 투자목적 외에 다른 이유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자사주 매입 등의 대응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