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해외 기업 사냥에 나섰다. 10년 넘게 주춤했던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ㆍ합병(M&A)이 올 1∼5월 1백6건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고 일본 M&A 컨설팅ㆍ중개업체 리코프가 최근 밝혔다. 액수가 공개된 M&A들만 해도 6천4백94억엔에 달해 지난해 전체 실적 5천3백51억엔을 이미 돌파했다.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현금을 손에 쥐게 됐고,구조조정 덕에 금융비용까지 줄어든 것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성장 시장 선점을 위한 중국 진출이 두드러졌다. 식품 회사 니신(日淸)은 중국 라면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화룽그룹에 2백억엔을 주고 지분 33.4%를 확보했다. 아사히 맥주와 이토추 상사는 대만계 중국기업 캉스푸(康師傅)주식회사의 청량음료 사업에 3백80억엔을 투자해 지분 50%를 인수했다. 최근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는 1980년대 말을 연상시키지만 성격은 명분에서 실리로 완전히 바뀌었다. 일본인들은 당시 고속 성장에 따라 자신감이 생기자 미국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거나(89년 소니의 컬럼비아픽처스),상징적인 부동산을 경쟁적으로 사들여(같은 해 미쓰비시부동산의 뉴욕 록펠러센터) 일본 자본에 대한 공포감까지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M&A는 소유권에는 관심이 없고,지분 투자와 전략적 제휴가 주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다케다약품이 미국법인인 다케다리서치를 이용해 영국 렉터스 등 3개사의 바이오벤처 사업에 지분투자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